"소 전화불통은 권력투쟁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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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신성순특파원】소련이 최근 국제전화의 규제를 강화한 것은 브레즈네프 이후를 겨냥한 소련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비밀경찰(KGB=국가보안위원회)의 전 책임자 안드로포프(정치국원)의 시위행동에서 빚어진 정치극이라고 일본의 산께이 신문이 14일 런던의 서방 소련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소련은 이미 지난 7월이래 2개월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국제전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으며 이와 함께 국내 반체제활동에 대한 탄압도 가중시켜왔다. 소련우정성은 국제전화 불통에 기술적인 문제라고 반복설명하고 있으나 이 말을 믿는 나라는 서방측에 하나도 없다고 이 보도는 주장했다.
그것은 이같은 움직임과 병행해서 소련당국의 반체제활동가에 대한 압박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데 사하로프 박사의 부인 엘리나 여사가 지난주 전한 바에 따르면 반체제그룹의 최후보루인 이른바 「헬싱키선언 감시위원회」도 간부의 체포·투옥 등으로 해산에 직면하고 있다.
서방의 소련전문가들은 이같은 일련의 사태가 브레즈네프 이후의 실력자로 부상하고 있는 정치국원 안드로포프가 『거의 크렘린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의 근거는 국제전화의 규제에 대해 소련외무성이나 무역성 등이 외교활동에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조치가 감행되었다는 보고가 모스크바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영국의 이코너미스트지 보도에 따르면 정치국원 안드로포프는 KGB 의장자리를 심복인 페드로추크 장군에게 넘겨주었는데 페드로추크 새 의장이 취임했을 때 반체제그룹이 서방측과 자유롭게 전화교신을 하고 있는데 놀랐으며 안드로포프의 지시로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그 뒷받침으로 지적됐다.
서방관측통들은 당과 정부내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은 안드로포프가 브레즈네프 후계인사의 최후투쟁에서 승리했음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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