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상승이냐…일시 반등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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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강세장'에 대한 논쟁이 붙고 있다. 최근 주가 반등이 상승 추세에 들어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논쟁의 핵심은 경기.기업실적을 어떻게 보느냐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주가가 올랐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펀더멘털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 있기 때문이다.

◇엇갈리는 여의도 시각=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 17일(515선)을 고비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북핵.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경기둔화 등 갖은 악재가 있었지만 상승 흐름은 유지됐다.

교보증권은 이 같은 상승세가 이미 추세로 굳어졌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표 투자전략팀장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되면서 세계 경기가 살아나고, 이에 따라 국내 기업투자.소비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예산.금리인하 등도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도 "1992년과 98년 반등기 때도 되살아난 경기 흐름이 주가에 큰 영향을 줬다"며 "지금도 한국.미국 경기가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투자증권은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막연한 반등 기대감에 현혹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박윤수 상무는 "개인 부채 증가 등으로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수출도 사스 여파로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가지수가 1백포인트 가량 오른 것은 이라크전 같은 단기 악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기업이익 전망치에 대한 상향 조정이 없으면 추세적인 상승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내놓은 5월 증시전망 보고서에서 "외국인 매도와 사스 파장 및 북핵 문제 등의 악재가 진행형이기 때문에 종합지수가 당분간 550~650선을 맴돌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증시 전망도 상반돼=다우.나스닥지수는 이라크 전쟁을 앞둔 지난 3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다우지수는 3월 17일 이후 지금까지 7.5% 뛰면서 8,500선을 돌파했고, 나스닥도 12.2% 급등하며 1,500선 고지에 올라섰다. 3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시장이 뜻밖의 상승세를 보이자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미스바니의 투자전략가인 토비아스 레브코비치는 "지난주 경제지표 악화 소식이 전해졌지만 기업들의 투자비 지출과 재화.서비스에 대한 개인 지출이 늘고 있어 향후 기업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S&P500 지수의 올해 목표치를 지금보다 15% 가량 높은 1,075선으로 잡았다.

그러나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최근 기업실적 호전은 '경기 회복→매출 증가→순익 증가'의 선순환을 통한 것이 아니라 비용절감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5백개 주요 기업의 1분기 순익은 1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매출증가율은 2%에 그칠 것이란 예상을 근거로 제시한다. 또 4월 구매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실업률이나 1분기 생산성 등 최근 악화한 거시지표를 봐도 아직은 강세장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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