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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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토를 바르게 보호하고 잘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부가 국립공원을 비롯해서 도립공원, 군립공원과 해중공원, 보건휴양림, 야조보호지구를 새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그런 뜻에서일 것이다.
우리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잘 보호하면서 관광, 휴양인구를 효율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마련된 계획이란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는 반드시 상호 대척적인 두 가지 목적의 원만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연보존」과 「관광개발」의 조화란 것이다.
두말할 여지없이 사람은 자연 속에서 살고있는 존재다. 땅을 딛고 숨을 쉰다는 명확한 사실 외에도 의식주를 모두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 이용할 자연을 유지,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인간의 책무이다.
이제 「인류는 전지구적 수준에서 오직 혼자서 미래에 직면하게된 최초의 존재」가 되었다고 로마클럽 회장 아우렐리오·페체이는 지적한 바도 있다.
지구자원의 보호는 결국 인간의 책임아래 두어지고 있다.
자연자원은 현재 생존하고 있는 세대의 것만이 아니며 미래의 세대들도 누려야 할 하늘의 선물이다.
따라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여 생물의 종을 멸실하는 일은 물론이고 천혜의 선물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손상하는 것도 부단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토자연보존연맹은 개발과 보존을 조화, 양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20개항에 달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각국정부의 환경정책에 반영하도록 권하고 있다.
어떤 개발이든 간에 생물의 종과 그 종의 서식처 또는 생태계는 파괴할 수 없으며, 개발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자연의 지속적 이용」에 차질이 없다고 인정될 때에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원칙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벌써 67년부터 국립공원을 설치하여 현재 11개의 육상공원과 2개의 해상공원, 1개의 해안공원이 지정돼있고 이제 월악산과 소백산이 더 지정될 단계에 있지만 사실에 있어서 그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가 의문이 되어있다.
국립공원은 나라의 대표적 자연경관을 자연 그대로 보호함으로써 관광휴양에 공헌한다는 목적을 갖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이후 대부분의 경우 관광용은 몰리고 있으나 그를 수용할 시설은 충분치 못하고 그에 따라 자연자체의 보존이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충분한 숙박시설은 고사하고 쓰레기 처리장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휴지와 오물로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예사가 되었다. 몰지각한 관광객들은 천연기념물인 식물류조차 관상목으로 캐가는가 하면 잡상인들은 꼴사나운 여인숙과 점포들로 무질서한 판자촌을 이뤄 아름다운 자연을 무색하게 하고있다.
이것은 「자연보호」는 물론 아니려니와 「개발」도 아니다. 이럴 바에야 「국립공원」지정이 무의미하다고 할밖에 없다.
정부가 일정한 자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보존과 개발을 철저히 조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며 또 국민에 대한 약속이 분명하다.
그런만큼 정부가 국립공원의 「보호」와 「개발」에 철저를 기해야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엄격한 계획과 관리능력이 거기엔 필요하다.
자연보호를 위해서 중요한 지역엔 접근을 제한하고 일정지역의 휴양, 관광시설은 충실히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캠핑, 취사장도 일정지역에 한정하고 그곳엔 식수와 쓰레기장 등이 모두 마련되어야한다는 뜻이다.
그 점에서 최근 발표된 정부의 새로운 국토개발계획은 매우 의욕적이어서 기대되는바 크지만, 그에 앞서 「자연보호」와「개발」을 조화할 충실한 관리역량의 증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기를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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