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의 다카르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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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과 아프리카가 지리적인 거리는 멀어도 마음의 거리는 성큼 가까워 졌다는게 전두환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마무리지으면서 갖는 느낌이다. 전대통령이 세네갈의 다카르에서·가진 아프리카 순방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는 검은대륙도 아니요, 잠자는 대륙도 아니라고 한 말이 바로 우리가 후진지역의 대명사처럼 생각해오던 대륙에 대한 거리감의 해소를 적절히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다.
아프리카 사람들 쪽에서 생각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 지도자와의 대화, 그를 맞아 현지 신문들이 연일 쏟아낸 한국의 현실에 대한 기사들을 통해서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이유라든가, 우리의 경제·사회적인 성장의 참모습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네 나라를 차례로 방문할 때마다 나온 공동성명이 우리의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에 대한 순방국 지도자의 이해와 지지가 명기되어 있는 것이 그들의 한국에의 접근을 실증하는 것이다.
상호간의 이해를 통해 마음의 거리가 지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나면 현실적인 우호·협력관계는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바탕을 갖게되는 것이다.
전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우리와 그들이 공유하는 반 식민지관쟁의 경험을 강조했다. 이런 이념적인 공감대위에서 개도국들간의 협력의 필요성이 역설되고 그 협력의 제도적인 장치로서「개발전선」의 구상을 제의한 것이다.
전대통령이「다카르 선언」에서 말한바와 같이 경제개발과 사회발전은 우리들 제3세계 국가들이 60년대이래 심혈을 기울여 성취하려고 하는 분야다. 그것은 경제개발과 사회발전을 통해서 비로소 제3세계의 개도국들은 식민주의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같이 인적자원이 있는 나라는 대원빈국이고 아프리카나 동남아같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들은 기술인력이 모자란다.
거기다가 선진공업국들은 국제경제 질서를 그들의 이해의 선에 맞추어 정착시켜 놓고있어 개도국들의 대부분은 선진국에 자원을 싸게 공급하고 선진국의 공산품을 비싸게 수입하는 불평등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남남협력」을 위한「개발전선」의 구상은 이런 국제경제질서의 개편을 목표로 개발도상국끼리 협력과 상호보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개발전선」의 구상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개도국들이 역사의 수동적인 객체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새로운 역사의 창조에 앞장서자고 하는 전대통령의 제창은 쉬운 말로 하자면 잘 살고 앞서가는 나라들에 가난한 나라들이 크게 기대할게 없으니 우리들끼리의 협력을 강화하여 그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유도하자는 뜻이다.
우리가 가봉의 횡단철도 건설에, 나이지리아의 새 서울 만드는 일에, 세네갈의 자유수출공단에, 그리고 케냐의 비료공장에 개발경험을 쏟아 넣을 길이 닦였다.
남은 일은 후속조치들이다. 한번 약속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자는 지적은 적절하다. 그리고 협력은 쌍방통행임을 명심하여 우리가 그들에게서 받을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 못지 않게 우리가 줄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도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원수의 방문으로 조성된 우호·협력 무드를 살려 나간다면 외교,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과 아프리카는 새로운 동반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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