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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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종 경기장의「광기와 열기」를 구분하기 위하여 급기야 사회정화위원회가 「경기장 질서확립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경기장의 시설환경개선, 관람질서와 경기질서 확립등이 바로 골자다. 이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점이 관람질서 확립인 것 같다.
경기중에 일어나는 빈병·깡통의 난무,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의 경기장 난입으로 야기되는 폭력사태 등이 86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둔 국제스포츠 국민으로서는 있을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당연한 질서확립이다.
그러나 이 같이 당연한 공감 속에서도 몇 가지의 아쉬움이 남아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전에 첫 출범한 한국프로야구의 실상을 보기 위해 내한한 일본 프로야구전문가는 무수히 난무하는 빈 병 세례를 보고 한국관계자에게 한 말이 있다.
『참으로 부러운 일 입니다. 저같이 빈 병이 난무하는 한 한국프로야구의 앞날은 밝은 것이니까요』그는 빈 병의 난무를 프로 야구에 대한열기로 좋게 해석한 것이다.
상품에는 소비자가 왕이듯이 스포츠는 아마나 프로를 막론하고 팬이 절대적인 것이다. 이 절대적인 팬의 소란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벌칙만 내 놓았지 팬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야구장의 보호 망은 관중들의 경기장 난입을 막기 위한 것보다 스탠드에 날아오는 볼에 팬이 다치지 않기 위한 신변보호용으로 먼저 설치되었어야 했다.
또 수 시간씩 보아야하는 경기는 적당한 주류나 음료수를 당연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처럼 설혹 던지더라도 부상의 위험이 없는 비닐봉지나 종이컵, 그리고 플래스틱 제의 음료수병 제작에 먼저 착안했어야 했다.
경기장의 스탠드·음료수 시설·화장실 등은 정말 열기에 가득 찬 순수한 팬들을 위해 마련된 것인지 의아스러운데가 많다.
선진국의 경기장 출입은 무척 질서정연하다.
그들은 경기장을 지을때 반드시 체킹도어 (cheking door)를 만든다. 입장객 수가 자동적으로 찍혀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공짜가 들어갈수 없다. 입장객 수와 총개된 입장금액이 맞지 않으면 부정이 되는것이다. 우리나라 경기장은 표를 안내고 들어가는것이 권위와상통해 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법관의 절대적인 판결에도 항소가 있다. 억울한 판정에는 항의하는 것이 룰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경기의 또 하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대한체육회는 해마다 심판의 자질 향상을 꾀한다고 해왔지만 심지어 무료봉사까지 나서는 순수한 아마심판들에게 자질향상을 요구하기 어려웠다.
스포츠의 광기와 열기는 구별되어야 하지만 모처럼 일어나는 열기롤 식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노진호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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