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매출은 늘어도 실속 없는 장사|올 상반기 얼마나 벌고 손해 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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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혹시나-.』하던 탈 부황의 기대는 또 다시 무산됐다. 좀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기업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매출액은 작년보다 약간(10%)늘어난 반면 이익규모는 대폭(23%) 줄어들었다. 금리인하 조치로 이자부담이 훨씬 가벼워 졌는데도 채산성은 더 나빠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쭉은 무역과 건설회사들.

<사채파동간접영향>
무역회사들이 대종을 이루는 도소매업의 경우 금년상반기동안 매출액은 16%가량 늘어났는데 당기순이익은 거꾸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인상과 저금리로 열심히 응원을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수출의 채산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가릴 것 없이 안 팔리니까 값을 깎아 팔 수밖에 없는 결과다.
대자의 경우 작년 상반기 중에는 2백59억원의 이익을 올렸던 것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져 1백23억원에 불과했고 그밖에 삼성물산·국제상사·남선물산등 굵직 굵직한 무역회사들의 대부분이 작년보다 적은 이익을 냈다.
유공인수이후 수출보다는 석유윤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선경만이 작년의 4억원에서 20억원으로 5갑절의 이익신장을 기록했다.
건설업체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신규수주에 힘입어 매출액 증가율은 전체업종 중에서 가장 높은 28.6%나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은 11.7%가 줄어들었다.
사분파동에 가장 깊이 말려들었는 데다 중동건설경기가 그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회사 일수록 이익감소현상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대림산업의 경우 작년 상반기의 1백50억원에서 금년엔 80억원으로 줄었고 동아건설도 1백21억원에서 67억원으로 감소했다.

<삼환기업95억 이익>
삼환기업만이 66억원에서 95억원으로 곽복할만한 이익신강을 보였을 뿐 그밖에 막양·라이프·진전기업·태하양건설·삼성종합건설등 이름있는 건설회사들 대부분이 더 많은 공사를 했음에도 번돈은 그전보다 못했다.
중동건설은 이미 「노다지」가 아닌 것이다.
한편 수지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소문났던 가전회사들도 뚜껑을 열어보니 별게 아니었다. 금성사와 금성통신이 각각 68억원, 53억원을 벌어 호전를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31억원, 대한전력은 작년의 적자를 벗어나 5억원의 이익에 그쳤다.
7월 이후의 폭염덕분에 에어컨과 선풍기의 매상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하반기 실적은 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업종은 목재회사·타이어회사들과 석유화학제품 메이커들.
목재회사들은 4년째 적자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타이어의사들 역시 수출의 급감으로 적자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회사들 중에서는 선두주자 럭키가 46억원의 이익을 올려 건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는 거의가 작년만 못했다. 특히 간양화학· 삼형화학·대동화학· 대구양화학·조흥화학등 이름에 「화학」자 붙은 회사들은 건설화학만 빼놓고 모두 이익폭이 줄어들었다.

<해운회사적자속출>
또한 수출입 물량이 줄어들고 봉분이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해운회사들의 영업실적도 적자로 들아섰다. 작년 상반기중에 5억원의 흑자를 냈던 세방해련은 무려 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대한선박·협성선박등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동양고속·천일여객·대한통운등 육상운수회사들도 이익 폭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부황 속에서도 청량음료회사들과 제약회사들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17억원의 이익을 올려 작년이익의 3배 가까이 벌었으며 우성식품(코카콜라)도 7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아이스크림회사 빙그레는 순이익이 작년의 3천만원에서 4억7천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작년에 적자를 냈던 맥주회사들도 좋아져 OB·크라운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시멘트 업 흑자전환>
한편 식료품회사들은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해 제일제당·대한종합식품·롯데삼강·삼강식품 등이 10억∼4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다.
가장 두드러지게 수지가 개선된 업종은 시멘트 회사들. 쌍화양회의 경우 작년의 39억원 적자가 21억원 흑자로, 4억원의 적자었던 현대시멘트는 10억원의 흑자로, 한일시멘트는 2억6천만원적자에서 5억원 흑자로 각각 대호보을 기록했다. 금융비용의 경감에다 연료를 종전의 범커C산에서 값싼 무연탄으로 대체시킨 덕분이다.
자동차회사들의 경우 금년들어 신형모델의 시판이 좋은 반응을 얻어 흑자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적자폭을 상당히 줄여놓았다.
한편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여러 차례 계속된 금리인하 조치 때문에 전에 없던 수지악화를 겪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의 이익규모가 작년의 3분이1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이런 추세라면 공금리 수준의 배당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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