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으로 해볼만한 자동판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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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동판매기의 보급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동전만 넣으면 코피가 쏟아지고, 따끈한 가락국수(우동)가 나오는가 하면 담배·과자·신문 등을 손에 받아쥘 수 있다. 일상의 자동화 시대라지만 자동판매기는 생활의 편리를 쫓는 현대인의 생리에도 맞는다. 우리에게도 등장한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직장이나 학교·터미널 등 곳곳에서 낯익은 물건이 돼버렸다. 자동판매기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용의 편리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훌륭한 부업이 될 수 있다는 점. 큰돈을 벌 수는 없어도 짭짤한 장사라는 평이 있고, 현금 판매여서 자금회전이 빠른 장점도 있다.
이밖에 통행금지해제에 올림픽개최가 자동판매기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해 보급이늘면 그만큼 전망도 밝다는 것.
그러나 장소의 선정 등 설치에 어려움이 있고, 현재로서는 사용상의 미숙등 잦은 고장으로 문제를 안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황>
우리 나라에 자판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76년. H개발이 27대의 담배자판기를 서울의 지하철역 등에 시험적으로 설치했으나 인기가 없어 곧 사라졌고, 본격적인 등장은 삼성·금성 등 대기업이 78년 시장에 뛰어들어 생산에 나선 후부터다.
8l년 말 현재 국내에 보급된 자판기수는 모두 1만2천6백40대. 코피자판기가 9천6백43대로 76.3%를 차지해 가장 많고 청량음료가 12.4%, 담배 9.4%의 순이다.
자판기의 나라라 할 수 있는 미국·일본에 비하면 역사도 짧고 보급댓수도 훨씬 못 미친다. 80년 말 현재 미국의 자판기 보급댓수는 7백60만대. 일본도 4백50만대를 넘어서 30명당 1대꼴을 기록하고 있다.
자판기시장은 그러나 해마다 넓어지고 있다. 78년 이후 매년 1백%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 올해에만 약5천대가 보급될 예정이고, 올림픽이 열리는 80년대 말에는 2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자판기시장이 확대되려면 이용의 편리를 위해서도 다양한 종류개발이 이뤄져야한다. 국내자판기업계도 코피일변도에서 벗어나, 작년부터 다양한 제품개발에 나서 현재는 냉온코피·주스·담배·가락국수·라면·캔 병음료·과자 등 일용품, 승차권 등 10여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선보인 제품으로는 크래커·껌·라이터·비누·손수건·신문 등 일용잡화를 한꺼번에 팔 수 있는 범용자판기. 가락국수나 라면도 27초만에 한 그릇씩을 판매할 만큼 성능이 좋아졌고 5백원짜리 동전의 등장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입장권 판매기가 이달 말께 서울 고궁에 설치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모든 자판기에도 5백원짜리 동전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시판될 계획이다. 이밖에도 메이커 측에서는 아이스크림과 햄버거 자판기 생산을 추진하고있고 선진국처럼 마이컴화를 이용, 손님이 올 경우 『어서 오십시오』『감사합니다』 등 호객행위를 하는 자판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부업>
자판기장사를 할 경우 이점은 무인판매기로 관리에 손이 덜가고 무엇보다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자판기가격은 일용잡화를 파는 범용자판기가 대당 77만원으로 가장 싸고 코피자판기(2백잔들이)가 1백48만5천원, 가락국수자판기는 비교적 고가여서 5백60만원선이다.
수익성을 따지면, 현재 가장 많이 공급 돼있는 코피자판기를 예로 들면 47잔 판매가 손익분기점이라는 메이커측의 설명이다. 1잔에 보통 l백50원이므로 하루에 50잔씩 한달에 25일을 판매한다면 매출은 18만7천5백원. 비용은 ▲재료비 (코피·설탕·프림·용기)가 잔당 66원 ▲장소임대료가 매출의 5% ▲전기료 월 l만5천원 ▲감가상각비 월 2만2백50원(5년기준, 잔존가치 10%) ▲이자 월2.5%, 3만3천7백50원 ▲인건비 2만원(1인 10대 관리기준)해서 18만l천원정도.
대개의 장소에서는 하루에 평균 70∼1백잔의 코피를 팔고 있으므로 여기에 소득표준율 18%의 세금을 제하면 l백잔을 팔 경우 월 10만원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 김모씨(서울 동대문구 면목동)는 코피자판기 2대와 담배자판기 1대를 시내 모증권회사에 놓아 매달 2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액에 대한 이자까지 제외한 계산이고 보면 불황인 요즈음 짭짤한 장사는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메이커들은 올해부터 9∼24개월씩 자판기의 신용판매도 하고 있다. 앞서 코피자판기는 12개월 할부 경우 계약금 26만2천6백원에, 월부금 12만원정도. 목만 좋으면 벌어서 갚는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자판기의 설치는 간단해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된다. 설치는 메이커측이 직접 해 주고, 가동시험을 한 뒤 1년 동안 애프터서비스를 무료로 받는다.
자동판매기의 가격조작방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꿀 만큼 간단하다. 이 때문에 상품가격을 정하는 것은 운영자의 나름대로여서 같은 코피가격도 장소에 따라 둘쭉날쭉이지만, 비싸면 그만큼 안 팔릴 요소도 많아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문제점>
한편 설치 후 기계관리는 내용물의 보충을 위해 필요하다. 코피의 경우는 한번에 2백잔들이여서 보통 하루 한번 갈아주면 되고 수금도 이때에 하면 된다.
자판기운영에 있어 가장 큰애로는 아무래도 설치장소의 문제다. 도로교통법상 길가에는 설치할 수 없다. 결국 병원이나 터미널, 기타 빌딩 등 기존건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남의 장소를 빌 경우 이익금 분배를 약속해도 미관상의 이유로 거절당하는 수가 많다. 재계약을 할 때도 사용료를 인상시켜 타격을 준다.
이 때문에 하루 코피가 4백∼5백잔 이상씩 팔리는 병원·학교의 경우는 몇백만원씩의 권리금이 장소에 붙어있고, 때로는 낡은 기계에 매출액까지 속여넘기는 거간꾼도 생겨 주의를 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판기운영에 뒤따르는 문제는 사용미숙 등에서 오는 잦은 고장. 메이커에 요청된 애프터서비스를 보면 불량동전을 넣거나, 관리소홀로 컵이 제대로 안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판기는 종업원이 없기때문에 고장이나 고객의 항의가 있어도 즉각 해결이 어렵다. 연락처를 자판기 옆에 붙여 연락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서비스 정신이 긴요한 것이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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