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수나누기 … 28·29 교환 백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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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 토너먼트>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제4보(26~30)=눈이란 무엇인가. 바둑을 보는 눈이란 무엇인가. 해석하는 힘, 설명하는 이론, 그것이 눈이다.

 오늘 초점은 좌변 28·29 교환이다. 박영훈 9단이 말한다. “이미 이 교환 자체로 흑은 백에게 당했습니다.”

 흑이 바란 것은 ‘참고도1’이다. 집이 살뜰하다. 이리 되면 흑은 4귀를 모두 얻는다. 소위 ‘사귀생’이다. 물론 흑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백은 발전성이 있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것이다. ‘참고도2’를 보자. 만약 여기 1~3과 같은 진행이라면 누가 유리한가. 다른 거 생각지 말고 단지 이 부분만 봐야 한다. 답이 있다. 백이 유리하다. 흑이 위축된 만큼 백이 유리하다.

 ‘참고도2’ 2에 대해 3이 위축된 수다. 당연히 a나 b에 젖혀야 한다. 젖힐 수 있는 곳을 젖히지 않으면 그 만큼 돌의 효율은 줄어든다. “붙이면 젖혀라.”

 논리적인 답이 하나 나온다. 실전의 좌변에서 흑은 다음 A를 두기 힘들다. 두는 순간 ‘참고도2’로 환원된다. ‘수나누기(手割論)’라는 이론의 적용인데 착점의 가치는 그렇게 판단된다. 과연 그렇다. 그런 눈으로 반상을 바라보니 국면이 다르게 다가온다. 흑은 집은 많지만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백돌의 기운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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