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현실감 무시한채 괴기스런 분위기로만 몰아|『프로야구중계』 해설자의 일본식 발음· 저속표현은 없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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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BS 제2TV의 『형사』는 범죄 사건을 다루는 수사물이다.
완전법죄란 있을 수 없다는 것과 철저한 법 절차에 마른 과학수사로 경찰의 기능을 알리는 계도성을 지닌 프로다.
그러려면 우선 국의 내용부터가 법 규정에 맞아야 되겠는데 지난 8일 『위험한 관계』편을 보면 법 절차가 무시되고 수사극다운 리얼리티도 없이 괴기스런 분위기만을 몰고 갔었다.
아무리 수사목적이라지만 현행법도 아닌데 함부로 혐의자의 집에 출입한다거나 주거가 일정하고 게다가 남자와의 사련때문에 빚은 주거침입이라면 긴급히 구속할 죄질은 아닐텐데 동의도 없이 연행토록한 내용은 법 운용의 실제를 소홀히 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경찰이 법을 남용하고 인권을 유린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 같았다.
○…KBS 제1TV의 많은 『TV문학관』이 그렇지만 지난7일 『마』의 경우는 또하나의 수작이었다.
약은수를 써 아내를 속이거나, 영악스런 여자라도 남편의 술수엔 맥을 못써 멍청해지는 장면들이 시청자의 흔한 경험을 찌른 것 같아 걸로 웃음이 나온다.
죄판을 벌이고 시답지 앓은 소리로 촌부들을 구슬리는 것도 익살스럽고 자식에 대한 집념어린 사람이 진한 부부애를 낳고 아내의 비극적인 종말에 참스런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감동을 준다.
2시간짜리 프로지만 따분한 느낌이 없었던 것은 밀도있는 연출덕이었다.
○…이틀에 한번 골로있는 MBC-TV와 『프로야구중계』에 문제점들이 보인다.
프로야구는 집념에 찬 승부욕으로 멋진 드라머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 시청률이 높아 정규프로를 중단하면서 골든아워에까지 중계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5일의 대전경기처럼 이길 가망이 없자 아예 시합을 포기하다시피한 맥풀린 경기까지 긴 시간을 들여 중계한다는 건 합당한 일은 아닌듯 싶다. 문제는 해설자에게도 있다.
프로야구는 관중이 감독의 입장에서 관전한다고 할만큼 야구에 대한 지식이 높다. 여기에 따를 만한 수준도 못되는 상식적인 얘기를 늘어놓아 박진감있는 경기를 망쳐 놓는 캐스터가 있고 8일의 대전중계에서와 같은 「화루불」 「미또」 따위의 일본식발음에다 『초구를 쳐가지고 죽고 마는데…』 같은 저속한 말을 태연하게 쓰는 해설도 문제다.
또 서울경기 중계때의 뛰어난 영상제작은 지방게임의 경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카메라워크등 연출도 탈이다. 지방경기라고 다를바 없을테니 똑같은 정성을 들여야 옳을 것이다.
아나운서의 말에 『그렇습니다』라는 해설자의 대꾸라면 구태여 전문해설자의 해설이 필요없다.
또 MBC팀 중계때는 되도록 「청룡」이라는 대명사를써야 귀에 거슬리지 않겠다.
청룡팀위주의 중계를 벗은 것이나 역겨움을 산 편파중계가 사라진 것은 잘된 일이다.
큰 파체는 음색에 저항감이 없고 표준말을 구사하고 경기내용을 잘 해설하는 해설가를 양성하는 일이 늘어나는 중계량에 어울릴 소프트웨어(전달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열쇠가 될듯싶다.
신규호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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