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일 안에 일단락 된 이·장사건|「일확천금」풍조에 〃철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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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건국이래 최대규모였던 이철희·장영자부부의 어음사기 사건은 9일로 1차적 사법판단을 마무리지었다.
검찰의 수사착수 1백5일, 주범인 이·장부부가 구속된지 96일만의 완결이다. 이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양형(양형)선택에 있어서 중중경경(중중경경)을 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주범인 이·장부부에게 사기사건에서 유래없는 법정최고형을 선고했고 고위층의 인척인 이규광 피고인, 은행장 임재수·공덕종, 양강우·주창균등 기업인과 큰사채업자 들에게도 하나같이 중형을 내린 것 은 땀흘려얻는 댓가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풍조에 철퇴를 가하고 권력배경에 접근하려는 기업의식구조, 이를 둘러싼 금융비리를 척결하는데 사법부가 초점을 맞추었다는 평이다.
또 관련 피고인에게 거의 예외없이 실형이 선고된 것은 과거 경제사건에서 보여준 용두사미(용두사미)식 관용위주의 재판을 지양하고 피고인 개개인의 구체적인 정상에 집착 하기보다는 일별백계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 키겠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규광 피고인에게도 과거 국가에 기여했던 군경력등이 참작 되지않아 실험을 내린 것 은 그의 공인 으로서의 청렴도를 문제삼았고 최근 고위층 빙자 사범 엄단정책과도 뜻을 같이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우기 항간에 나돌던 『권력이 개입된 사건이니 재판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날 것』이라는 억측을 밀어 버리겠다는 사법부 태도의 표현이라는 측면도 있다.
이사건에서 법률적 쟁점이었던 사기·업무상 배임·배임수층재등 대부분의 범죄사실이 그대로 인정 되었으나 장영자의 전남편 김수철피고인의 탈세 부분중 조세포탈이 무죄로 선고되고 비교적 정상이 가벼웠던 윤석녹 피고인등이 석방 된 것은 재판부가 여론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소신 있는 판단과 형량균형유지에 부심한 흔적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공판과정에서 이사건의 배후가 누구인가, 정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은 없는가 하는것이 초점이 되어왔고 이점에서는 재관부도 형사소송법상의 부고부리(부고부리)원칙을 깨면서까지 심러를 했다.
재판 결과는▲만일 정치권력이 개입 됐다면 이·장부부가 은행장에게 뇌물을 주거나 사채이▶룰 물어주면서까지 예금조성을 해즐 필요가 없었고▲어음결제에 급급하여 정치자금으로 홀러 들어갈 돈이 없었으며 ▲법원이 관련 피고인들을 추달하고 중형을 선고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간의 유언비어와 의혹은 일단 해소됐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눈치수사」「은폐수사」로 혹독한 공격을 받았던 검찰로서는 재판에서 중형선고의 결실을 따냄 으로써 잃었던 신뢰를 그런대로 회복하게된 샘이다.
특히 재판 진행도중 검찰이 사채업자 1백22명을 조사, 지하 금융에서 배불렸던 4백여억원을 추징해 낸 것은 짬짤한 소득이 되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최초의 집중심리제를 채택, 미증유의 대규모사건을 단시일에 심리완결 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 제도는 영·미나 유럽에서 중요사건의 경우 오랜 재판기일로 심중이 산만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자주 사용되는 것.
이·장부부사건도 사기규모가 7천억원에 이르고 관련피고인이 32명이나 되며 상호연관성을 갖고있어 집중심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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