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36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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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신노동자일수록 육체적 노동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형편의 원칙이 무너지고서는 정신을 감싸고 있는 육체가 밸런스를 잃게 되고 끝내는 둘 다 파괴되는 결과를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만큼 몸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휴일도 주말도 따로 있을 수가 없고 낮과 밤의 경계도 분명치가 않으며 끼니도 제때에 찾아먹을 길도 없으며 언제 수면을 제대로 취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이 기막힌 정신노동자의 신체를 건강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을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수영·축구·테니스·골프·스키·태권도·권투·디스코등의 스포츠와 레저운동으로 소위 몸을 푼적이 있지만, 그래도 내 취미에 맞아 상대만 만나면 언제라도 유쾌한 땀흘림을 하게 되는 것이 팬싱인 것이다.
상대라는 적이 있으면서도 협조의 정신없이는 불가능한 몇 종류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펜싱도 대상이 었음으로써 그 기쁨은 훨씬 더해진다.
선수와 코치생활을 그만둔 이후도 유유자적한 운동시간을 잡는 방법으로 나는 연극무대에 서는 배우들을 상대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셰익스피어」의 극을 성공적으로 연기해 내는데에 좋고, 나는 운동을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더욱 금상첨화고. 때문에「극단 현대」를 거점으로 몸을 푸는 펜싱은 내게 있어서는 또다른 부업이기도 한 것이다.
예민한 신경과 유연한 몸놀림과 찬스를 제때 살리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직업의 정신노동자에게는 더없이좋은 운동이 펜싱이라는 사실을 말하고싶다.
터만 있으면 집에서도 가족 누구와도 즐길 수가 있고 또 스포츠 폼 자체도 멋이 있다.
우리 딸들이 조금 더 크면 집에서 선수로 직접 키워 88년도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게 하는 야망을 품는 바도 내가 펜싱을 그만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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