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기 경영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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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앞으로 무역절대화 정책을 추진해 나감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할 일은 지난날 중공업화시책에서 저질렀던 시행착오를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중공업에 대한 주먹구구식 계획과 과잉투자로 자원의 낭비는 물론 산업간 균형을 파괴하여 오늘날 우리가 심각한 경제난국을 겪고있음은 익히 아는 바다. 동서고금을 통해 국가사회의 발전은 정치·군사·사회 등 각분야에서 미리 미리 완벽한 전략과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에 옮김으로써만 가능했음을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추고 있다. 하물며 통신·교통수단의 발달과 이에 따른 자원·기술·인력의 용이한 이동 때문에 상호의존도가 극대화된 세계일가의 오늘의 상황아래서 이 같은 전략과 계획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이에 관해서는 제2차 대전에서 패하여 전 국토가 폐허가 되어 종전되던 1945년의 GNP가 1935년에 비해 3분의 2로 줄어들고 국민생활수준은 절반으로 떨어졌던 일본이 이미1945년부터 장기 경제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의거하여 오늘의 일본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45년부터 1955년까지는 경제적으로 전전수준에 대등한 상태로 일본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1차 경제전략을 추진했는바 총액 22억 달러의 수주를 일본에 안겨준 한국전 특수 등의 요행으로 목표달성에 성공했으며 그 뒤 1970년 까지를 제2차 경제전략기간으로 삼아 이 기간에 세계각국의 각종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정책을 썼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케 된 모든 산업기술이 이 기간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일본은 이에 이어서 1980년까지 도입한 기술을 산업에 활용하는 정책에 성공했으며 80년대에 와서는 제3차 경제전략으로 반도체·유전공학·자동화(로보트활용)등 첨단기술산업의 육성에 관·민 혼연일치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점을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장기전략계획의 수립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널리 듣고 그것을 잘 걸러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성실한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 같은 과정을 거치느냐의 여부는 곧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릇 한나라의 주요 경제정책은 그 입안단계에서 정부는 물론 재계·학계·언론계의 전문인사들과 시정의 일반서민 및 가정주부들의 소박한 의견들까지도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몇 개의 선택적 대안이 마련되어 위정자가 그 가운데서 취사선택하게 해야할 것이다. 일단 채택된 주요정책은 그 전체적 기조와 윤곽은 일관성이 고수되어야할 것이나 그 세부내용은 집행과정에서 여건에 따라 조정되는 융통성과 신축성이 있어야 한다.
대내적으로 농작의 흉풍이라든가, 그 밖의 다론 정치적·경제적 여건변동, 그리고 대외적으로 예측을 불허하는 정치·군사·경제정세 및 경기요인의 변동 등에 따라 끊임없이 세부정책을 조정해 가야하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갖는 책임이 막중하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업이 이 같은 막중한 책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여건과 상황의 조성이 필요하다.
자유 경제체제에서 경기회복과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겨냥한 국가적 시책과 노력들은 기업의 수익전망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기업은 사업을 통해 부를 창조하고 임금·배당·세금 등으로 부를 분배하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익이 없을 때 이익의 재분배에 의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시점이란 원천적으로 무망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일본의「이나야마」(낙산가관) 경단련 회장은『경기진작이란 한마디로 기업으로 하여금 이익을 올리게 하는 것이며 이익 없는 경영은 국가·국민·인류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회사정의의 관점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시점이 오랫동안 논의가 되곤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빈부를 접근시킬 분배의 원천은 결국 부의 창조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것을 기업이 주도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유통이 안 되는 부, 없는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며 무엇을 가지고 분배해야 하는가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미국사회에는 무질서한 것 같이 보이는 속에 확연한 질서가 있으며 성실과 근면이 그만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미국을 있게 한 원동력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젓은 바로 이를 위한 관민 일치의 이해와 협력이다. 투자가에게는 투자의욕을, 기업가에게는 사업의욕을, 근로자에게는 근로의욕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사회 전반적 일대 풍토조성 노력이 있어야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의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수단과 방법뿐 아니라 국민총화의 바탕이 되는 국민전신 및 도의의 진작일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최근의 어음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실로 막대한 액면의 돈이 간단하게 허황된 투기의 대상으로 시중에 나들아 다니고 국민대중이 한탕주의,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쫓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사회적 불신이 누적되고 윤리와 도덕이 실추되며 정신적 부패와 타락이 만연되는 사회에서 경제부흥의 기적이 이루어진 전례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없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선결되어야할 과제는 먼저 국민정신의 재건과 도의의 진작으로 정당한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정진해온 사람이 사회적으로 우대 받을 수 있는 건전한 풍토가 이룩되어 전국민의 가슴속에서 귀중한 생의 가치의 재인식의 바탕 위에 내일에 대한 희망과 보람이 되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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