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 인터넷 시대…책의 운명은?

음악·동영상 기능 갖춘 전자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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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같이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서 국가나 개인의 경쟁력은 지식정보를 취사선택해 사용하는 '지식 디자인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지식 디자인 능력을 개발하는 데는 독서가 가장 유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출판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독서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해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전자책이 '출판.독서의 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자책의 경우 컴퓨터.휴대전화와 친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독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와 이동통신 가입자는 각각 3100만 명과 3700만 명을 상회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매김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에겐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게임 하고, 전화통화 하는 수준을 넘어 생활 그 자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과제작성.인간관계.자기표현.취미생활.상품구매 등 모든 생활이 컴퓨터 또는 휴대전화로 이뤄진다.

따라서 휴대전화와 컴퓨터라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책에 담긴 콘텐트를 실어 나르는 전자책은 이들 기기와 친숙한 학생들을 비롯한 현대인들에게 더 많은 독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다. 또한 종이책이 구현하지 못하는 음악.동영상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탑재해 디지털 매체에 친숙한 세대까지 독서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국내 유명 출판사 120곳이 모여 북토피아란 전자책 전문 기업을 설립하고, 출판 영역의 확장을 모색한 것도 바로 이 같은 고민에서 비롯됐다.

특히 전자책의 경우 조만간 한 번의 구매로 PC.PDA.휴대전화 등 기기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서비스가 실현되면 집이나 사무실에선 PC로 책을 보다가 출퇴근 등 이동 중에는 휴대전화를 통해 같은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장거리 여행이나 휴가 또는 출장을 떠날 때는 많은 양의 종이책이나 전자책이 담긴 노트북을 가지고 가지 않고도 평소에 읽었던 책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생활 어느 곳에서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자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종이책과 같은 전통적 아날로그 매체의 위상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고유의 냄새는 여전히 우리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과 '책을 소유하는 뿌듯함'을 선사한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독서할 수 있는 미디어를 다양하게 활용, 출판의 지평과 독서 기회의 확대를 가져오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과 컴퓨터.휴대전화 등 우리와 친숙해진 디지털 기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은 시공간적 의미에서 종이책 출판 기회를 확대할 뿐 아니라 이 같은 기기에 친숙한 젊은 층의 독서 기회를 넓히는 데 한몫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오재혁 <북토피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