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휴전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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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휴전 스물 아홉 돌을 맞는다. 50년 6윌 북괴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이 29년 전 7월 27일 조인, 발효된 휴전협정으로 일단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벌써 30년 동안 한번도 완화되어본 적이 없는 북괴의 재침위협 밑에서 불안한 무장평화를 지켜온 셈이다.
휴전에서 오늘까지 북괴가 우리를 얼마나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는가는 그 동안의 북괴에 의한 휴전협정 위반사례가 무려 6만 6천건 이라는 통계가 말해준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북괴내부의 김일성 부자의 세습적인 권력승계를 둘러싼 내분을 반영하는 듯 대남 도발과 협정위반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작년에 3천 4백 37건이던 것이 올해는 벌써 4천 1백 건에 달하고 있는 정도다.
유엔군 측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군사시설을 철거하고 공동감시소조의 운영을 정상화하자고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북괴의 반응은 언제나 새로운 도발일 뿐이었다.
북괴의 124군부대에 의한 청와대 기습 미수사건, 푸에블로호 납북, EC121 미군정찰기 격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 북괴가 전쟁일보전의 불장난을 한 사례는 일일이 꼽을 수 가 없을 정도다.
북괴는 우리의 평화공존 제기도 거듭 거부만 하고 한반도 주변정세가 남북한 교차승인과 평화공존의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도 고집스럽게 외면만 하고 있다.
6·25 당시 일패도지의 북괴를 도와 참전했던 중공조차도 미국, 일본, 유럽을 포함한 국가들에 대해 문호개방과 평화공존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마당에 북괴만이 철저한 폐쇄사회 속에서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분단이 장기화하고 봉화와 교류가 끊진 가운데 남북한 사회의 이질화현상이 심화, 확대되고 있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휴전협정 조인 29돌을 맞아 우리가 각오를 새로이 해야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힘을 길러 한편으로는 북괴남침을 사전에 방지하면서 다론 한편으로는 통일을 주도할 만반의 채비를 하자는 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위해서 현상타파에 앞장서주지 않는다. 주변 큰 나라들의 관심은 오히려 현상유지에 있다.
한반도정세, 남북한 관계에 기적을 바랄 수 없다. 남북 대치상태가 하루아침에 완화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우리 편 이라는 것을 안다. 북괴의 도발이 늘고 대남 자세가 강경해지고 있는 것도 평양사람들이 초조하게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질 쪽은 우리다. 밝고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어떤 도발에도 흔들릴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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