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서구화 영향 위-식도 역류질환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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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서구화된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증가한 대표적인 위장 질환이 위-식도 역류질환이다.

서울대 분당병원 소화기 내과 김나영교수는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들은 4명 중 한명꼴로 이 병을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고 설명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란 식도와 위를 연결시켜주는 부위에 존재하는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들어가 식도.인두.후두.기관지 등의 조직을 손상시키는 병. 원래 이 괄약근은 음식물이 위에서 들어올 때만 열리고 음식이 지나가면 곧바로 닫히게끔 돼 있다.

위 점막엔 끈적끈적한 점액이 존재해 강산(强酸)인 위산에도 끄덕없이 견딘다. 하지만 식도 등 다른 조직은 위산과 맞닿으면 염증이 생기게 된다. 환자들은 대개 가슴이 쓰리다, 삼키기가 곤란하다,목에 뭔가 걸린 듯하고 답답하다는 등의 증상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위.십이지장 궤양, 인후염, 심지어 협심증과도 비슷해 확진을 위해선 검사가 필요하다. 흔히 내시경 검사로 식도의 염증을 관찰한다.

하지만 증상은 있는 데도 식도염이 없을 땐 물을 삼킬 때 괄약근의 압력을 재보는 식도 내압 검사나 식도에 대한 24시간 산도(酸度)검사 등을 해야 한다. 일단 확진이 내려지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 식도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만일 방치하면 식도암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치료법은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일이다.우선 잘 때 높은 베개를 베는 게 좋다. 흡연자라면 당장 금연이 필요하다.

담배는 식도 아랫부위의 괄약근 압력을 느슨하게 해 위 속 음식물이 쉽게 올라오게 하기 때문. 살 찐 사람이라면 정상 체중으로 줄여야 한다. 또 평상시 몸에 조이는 옷은 피하고 가급적 헐렁한 옷을 입는 게 좋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초콜릿.술.커피.박하.탄산음료 등 음식은 삼가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낫지 않을 땐 약을 써야 한다. 김교수는 "장(腸)운동 촉진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를 8주 이상 복용해야 하는데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한다.

만일 잦은 염증으로 이미 식도가 좁아져 있거나 식도 점막 세포가 변형돼 있을 땐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황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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