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토지공개념 도입

흐지부지된 공개념 3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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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토지의 국유화.공유화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사유권 제한은 자칫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오해될 수 있다. 토지공개념은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토지사유권 제한'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지공개념은 소유 자체는 인정하되 이용권.수익권.처분권의 일부만 국가가 제한한다는 점에서 국유화와는 차이가 있다.

1980년대 후반 논란 끝에 제정된 공개념 3법(89년)은 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제.개발이익환수제를 담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의 경우 당시 건설부는 당초 개발지역에 대해서는 개발부담금, 주변지역에 대해서는 개발이익환수금을 각각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개발이익환수금은 세금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에 따라 재무부로 넘어가 토초세로 바뀌었다.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은 개발이익환수제와 토초세에 대해 조세 저항이 크므로 양도소득세.종합토지세를 강화하거나 과표를 현실화하자고 주장했으나 대통령 주재 비공개회의에서 정부안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러나 특별시.광역시 내에서 개인의 택지를 200평으로 제한하는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는 99년 4월 국민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받았다. 유휴토지의 땅값 상승분에 최대 50%의 세금을 물리는 토초세는 미실현 수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과 함께 94년 7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뒤 98년 12월 폐지됐다.

현재 남아 있는 제도는 택지 개발, 공단 조성 등 29개 개발사업 시행자에 개발이익의 25%를 개발부담금으로 물리는 개발이익환수제다. 90년 시행 후 1조6000억원이 징수됐다. 그러나 2001년 규제 완화와 기업부담 해소라는 명목으로 2002년부터 비수도권, 지난해부터 수도권에서 부과가 중지됐다.

공개념 3법에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개발제한구역훼손부담금.농지조성비.광역교통시설부담금.개발부담금.수익자부담금.시설부담금 등 무려 20여 개에 이르는 각종 토지 관련 부담금도 넓은 의미에서 공개념 제도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 등 토지 이용을 제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20일 당정협의에서 공개념 3법 가운데 택지소유상한제나 토초세를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위헌논란이 없는 개발부담금제를 발전시켜 기반시설부담금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기반시설부담금제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2003년 처음 도입됐다. 일정 구역(기반시설부담구역) 안에서 개발행위를 하는 자에게 도로.공원.녹지 등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허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