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년 아들의 공사장 아르바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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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대학 1년생인 큰아들녀석이 여름방학을 맞았다. 그런데 어제 난데없이『엄마,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줘요』한다.
의아해하는 내게 아들은 친척형이 책임자로 있는 공사장 현장에 일자리를 구해 아르바이트를 간다는 거다.
나는 순간 코끝이 찡함을 느꼈다.
언제 철 들거냐고 곧잘 염려해 오던것이 기우에 불과했단 말인가. 아빠와 나에겐 아직도 코흘리개로 밖에 보이지 않아 늘 무언가 불안함과 염려스러움만 안겨주어 온 아들이 었다. 그 아들이 갑자기 성숙한 한 사람이 되어 나타난 느낌이 들었다.
정생을 해서 대답하려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네가 어떤동기에서 그런 결심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네뜻이 정히 그렇다면 일하러가 보아라. 사회생활의 좋은 경험과 산 교훈을 얻게될지 모르니까.』
나는 침착함을 가장하느라 띄엄띄엄 천천히 말하고 있었다.
뙤약볕 속의 공사장에, 그것도 말단인부로 일하러 나가는 아이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짓고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런데 세수하러 나온 아이가 부엌을 들여다 보며『반찬은 아무거나 넣어 주세요. 엄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슷해야 하니 까요』라고 한다.
대견한 느김에 더해 다시 멍한 감동이 돈다.
버스로 두 코스를 가야하는 시 외곽지 현장으로 7시까지 가야 한다며 아들은 서둘러 가방에 작업복과 도시락을 챙겨 급히 나갔다.
집을 나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또 한번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꼈다.
아들을 보내놓고 나니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터에 나가면 어떤일을 할까. 괭이로 땅을 팔까. 아니면 짐을 나를까. 모르긴 해도 힘든 일을 별로 해보지 못한 아들의 손바닥은 부르틀 것이며 어깨뼈가 빠질지도 모른다.
집안이 부유하진 않지만 제 학비 벌어 쓸만큼 다급한 처지는 아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공사장으로 갔고, 나는 그런 결심을한 아들이 대견해 보이기만 한다. 또 그러면서도 어디 다치지는 않을까, 피곤에 쓰러지지 않을까 끝없이 걱정되는 것도 감출 수 없다.
요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싶어도 일할 곳이 없다는 보도를 가끔 보곤 했는데 아들은 어떻게 공사장을 생각 해 냈을까.
오늘 하루 일하고 축 늘어질 것인지, 아니면 이 여름을 구릿빛 얼굴을 하고 버텨갈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남의 이목이나 체면에 구애됨이 없이 떳떳한 자세로 일하며 땀흘린 댓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터득하고 돌아오는 좋은계기가 되기만을 빌고 싶은 마음이다.
손영애 <대구시수성구수역동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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