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있는 당신, 은행서 찾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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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인재가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은행들이 기존의 채용방식을 과감하게 뜯어고치고 있다.

은행들은 우선 그동안 취업의 전제 조건으로 중시하던 요인들을 과감하게 철폐하거나 완화하고 있다. 은행 경영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인들을 중심으로 지원자들을 거르다 보면 정작 잠재력이 큰 인재들을 놓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입사의 전제조건이 되던 학력.학점.연령.토익 등은 우수 인재 발굴의 장애물로 여겨지면서 중요한 요인에서 밀려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신 심층면접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저마다 다단계 심층면접을 도입해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개방형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학력.연령 제한을 없애고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자 지원자가 대거 몰려 경쟁률이 140대 1을 기록했다. 석.박사 출신 635명, 고졸자 144명, 전업주부 30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원서를 냈다.

바뀐 채용방식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력과 남과 차별될 수 있는 자신만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금융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지, 외국어에 능통한지가 중요해졌다. 남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취업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 김형민 인사담당 상무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나이와 학력 제한을 폐지했다"며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보다 외국어가 뛰어나거나 폭넓은 인맥 등 자신만의 장점이 있는 지원자들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1차 실무진 면접 때 면접관이 지원자의 서류를 전혀 참고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 임원.전문가 면접, 은행장 면접에서는 주제발표와 집단토론 등을 통해 업무능력과 윤리의식을 집중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일반 공모뿐 아니라 대학추천, 인턴제도 등을 통해서도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연령과 전공 제한을 없앴으며 이력서를 작성할 때 차별요인이 될 수 있는 주거지 형태, 혼인 여부 등의 항목을 삭제했다. 산업은행은 특히 인재를 다른 은행에 뺏기지 않기 위해 내년 2월 입행할 신입사원들을 오는 9월부터 모집할 계획이다.

올해 채용을 끝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서도 채용 방식을 바꿨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토익 기준점수를 폐지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학력.학점.토익 등이 취업에 있어 더 이상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성 56명을 포함해 모두 131명을 선발한 국민은행 역시 학점, 전공 제한 등을 폐지하고 토익 기준점수를 지난해 800점에서 올해 700점으로 낮췄다. 국민은행은 해마다 토익 기준점수를 낮추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업계에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람들이 지원하므로 실력차는 크지 않다"면서 "따라서 지원자의 인성이나 조직 적응력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는 게 요즘의 채용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한다운 인턴기자

산업은행 황원춘 인사팀장

요즘 대학가에선 산업은행 취업 스터디그룹이 많이 결성돼 있다. 안정적인 국책은행인 데다 능력을 펼칠 기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 직장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산업은행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총괄하고 있는 황원춘(사진) 인사팀장을 만났다.

-은행원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나.

"이전에는 '은행원'하면 공부 잘하면서 얌전하고 소심한 사람이 연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원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일반 기업 못지않게 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은행원도 돈놀이를 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업능력을 갖추고, 마케팅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

"창의와 도전, 프로 정신을 갖춘 전문금융인이다. 특히 원만한 대인관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원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은행업계에 들어오려는 사람 중에는 학업 성적이나 어학능력은 비슷하다고 보고 다른 요소를 평가하는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면 교내외 활동, 봉사 활동 경력과 다른 자격증이 있는지 등을 본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동아리를 했다고 해도 그 안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했었는지를 따진다. 또 은행 주최 공모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금융인이 되기 위해 벌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다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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