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신영예이은 생애최고의 ?가" -조훈현 새「왕위」탄생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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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훈현 9단이 새「왕위」로 탄생됐다. 7일 서봉수왕위와 도전자 조훈현9단과의 사투는 바둑을 둔지 8시간50분만에 2백62수를 끝으로 흑을 쥔 조9단이 1집반을 이김으로써 「왕위」의 주인공은 바뀐 것이다.
『아무래도 올해가 내생애 최고의 해인 것 같습니다.』
계가를 끝내고 승리가 확인되는 순간 조9단이 미소를 머금은 채 던진 첫마디였다.
조9단의 「왕위」쟁취는『내 생애 최고의 해』라는 표현에 어울리게 조9단에겐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바둑이었다. 지난 5월 우리나라 기사로선 처음으로 입신을 했는데다, 「왕위」를 차지함으로씨 국내 7개 바둑타이틀을 모두 휩쓸어 또 한차례 천하통일의 영광을 얻었기 때문이다. 「왕위전」7국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7일 하오5시부터 중앙문화센터 별관 강당에서 있은 공개해설에서 나타났다. 하오2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팬들은 5시가 되면서 5백여명으로 불어나 3백명 수용의 강당은 입추의 여지없이 좍 차고말았다.
김수영 6단의 재치있으면서도 치밀한 해설은 팬들을 매료시켰으며 조9단의 승리가 전해지는 순간엔 박수치며 환호하는 팬들도 있었다.
바둑공개해설에 이같은 인파가 몰린 것은 우리나라 바둑사상 이번이 처음.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던가를 보여주었다.
이날 바둑은 중반까진 특별한 싸움도 없이 물흐르듯 두어져 나갔다. 평소 20∼30분은 예사이며 1시간씩 가던 장고도 이날 바둑에선 찾아볼 수 없이 25분(48수), 21분(43수), 20분(69수)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바둑은 중반에 가서 장고가 시작되어 2백3수가 20분, 2백7수와 2백13수가 각각 10분, 2백17수가 20분, 2백20수가 24분, 2백31수가 19분등 거북이걸음이 됐다. 조9단은 2백29수부터 초읽기에 쫓겼는데 그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바둑은 중반까지만해도 거의 백의 우세로 꼽혔다. 대국장옆의 복기실에서도, 한국기원에서도 모두가 백의 승리로 보고 바둑이 일찍 끝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바둑은 쉽게 끝나지 않고 2백62수까지 이어졌다.
『초반엔 좋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중반부터 서왕위가 양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승부가 될 것같아 새로운 힘이 솟았습니다. 서왕위는 끝내기까지 실수, 더 희망을 갖게 됐지요.』
조9단의 말이다.
서왕위도 『계가 해보니 반면으로도 한두집 이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너무 안이하게 둔 것이 패인이 됐던것 같습니다. 이것도 수양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관전자들의 결론은 백이 다이긴 바둑이었는데 졌다는 의견이었다.
백이 1백96수를 1백99의 자리에 두고 흑이 1백96때 백이 2백9수로 갔으면 바둑은 백의 승리로 쉽게 끝났을 것이란 풀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패착은 2백수.
이 수로는 2백12의 자리로 젖혔으면 됐으며 또 흑 2백1수때 2백2수로 이어준 것도 실패였다고 서왕위는 분석했다.
조9단은 앞으로 한두어달은 푹 쉬어야겠다고했다.
『지금은 거의 탈진한 상태입니다. 국내 최대 바둑타이틀전인 「왕위전」에 혼신의 힘을 쏟은 것이 사실입니다. 막상 영광을 안으니 감격스럽고 또 허탈해지는 기분입니다. 』
새 왕위 조9단의 솔직한 감회였다.
조9단의 천하통일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이제 그 영광이 언제 또 누구에게로 옮겨갈지 기단과 바둑팬들의 관심은 쏠리게 마련이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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