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코너 가정의학(265)호흡기 질환|폐결핵 치료 실패원인(3)|이원영<연세대 의대 내과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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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결핵이 전염병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끔 『환자와 식사를 같이해도 됩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결핵은 환자의 호기와 함께 공기 중으로 퍼지는 결핵균에 의해 감염되므로 식사를 같이했다고 옮는 것도 아니며, 유전도 아니다. 더군다나 감염이 곧 발병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결핵이 아직도 많고,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치료에 임하는 환자들의 자세가 철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45세의 쇠약해 보이는 여자분이 찾아온 일이 있다. 들어보니 13년 전부터 기침을 했고 객담이 있었으며 호흡이 가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의 정신적 자세였다.
심리적으로 황폐했다고나 할까. 그 사이 치료를 포기하고 살던 중 객혈이 심해서 병원에 왔다는 것으로 13년간 돈이 있고 생각이 나면 약을 좀 먹고, 아니면 그만이었으며, 또 이 병원 저 병원 등 기분 내키는 대로 생활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찰을 끝내고 X선과 객담검사를 해보니 좌측 폐가 완전히 못쓰게 돼 있었고, 우측 폐 상엽에도 활동적인 병소가 있었으며 결핵균 반응에서도 양성이었다.
이 환자는 약 1개월 후 다시 내원했는데 첫마디가 『더 나빠졌지요』라는 질문이었다. 나의 『나빠지지 않았다』는 대답을 듣고는 『어디를 가나 나빠졌다는 얘기만 들어왔는데…』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 환자에게 치료의 목적이 파괴된 폐를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우측 폐를 잘 보존하고 객담에서 균을 엾애며, 기회가 올 때 좌측 폐를 외과적으로 수술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줬다.
이 환자에게서 보는 것처럼 소위 폐결핵의 치료 실패자들이 많다. 이런 치료 실패자가 나오는 이유 중 학계에서 인정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가 부적합한 처방이다. 이것은 약제선택의 문제로 주사를 소홀히 생각하고 내복약으로만 치료하려 든다든가 내성여부는 따져보지 않고 막연히 약만 계속 복용하는 경우다.
둘째는 불규칙한 투약을 들 수 있다.
세째는 충분한 기간 동안 치룔를 않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 중단하는 경우이고 약제의 내성, 합병증 등에 의한 약제의 효과 저하를 들 수 있다.
그밖에 남에게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생각으로 병을 감추려는 데서 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결핵의 진단에는 X선 사진만이 아니라 반드시 객담검사를 해서 균의 유무, 양성·음성 등을 가려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진이다. 보통 직장 등에서는 l년에 한번 정도의 정기검진이 있는데 이런 검진에 참가, 조기발견의 기회를 높이는 것이 결핵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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