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그림이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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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술품 위작은 끝내 근절될 수 없는 것일까.
가짜그림의 문제는 양의 동· 서를 막론하고 어제오늘에 비롯된 일은 아니다.
몇년전 프랑스 화가「톰·키팅」이 죽기직전 자신은 평생 가짜그림만을 그려왔으며 자신이 그린 위작들이 세계유명박물관· 미술관에 걸려있음을 고백,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바 있다.
최근 국내미술시장에도 가짜그림이 범람, 현역작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가짜그림의 현황과 대비책을 알아본다
국내에서 위작이 처음 시도된 것은 고서화부문. 여러겹으로 된 원화의 밑장을 한겹 떼내어 흔적을 따라 모사하거나, 원화의 사진을 찍어 오래된 한지에 인쇄하는 수법등이 사용됐었다.
근래에는 제자나 그림실기가 능한 이들이 원화를 흉내내 그린다음 화집에 수록된 낙관을 위조해 찍어 파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서화· 근대화· 현대화를 통해 위작이 가장 많은 것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 『추사글씨는 모두 가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근대작가로 위작이 많은 작가로는 이당 김은호, 책전 이상범, 소정 변관직(이상 한국화) 이중섭, 박수근 (이상 양화) 씨등 작고 작가와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남농 허건(이상 한국화)씨 등이며, 양화가 전혁림씨의 위작도 몇점 발견된바 있다.
가짜그림의 대상이 되는 관건은 무게 두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팔리는 작가, 즉 환금성이 높은 작가일 것. 그리고 둘째는 곱게 다듬어진 그림이거나 일반인이 보아 마구 그린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들 가짜그림은 대개 거간꾼이나 변두리 화랑을 통해 거래된다.
거간꾼들은『전직고관(혹은 유명실업인)이 돈이 필요해 급히 내놓은 물건』이라는 식으로 수요자에게 접근하며, 일부 화랑에서는 단골 위작전문가를 확보, 그들의 그림을 싼값에 사들여 수요자에게 비싼 값으로 넘기는 식의 폭리영업 방직을 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짜의 경우 두드러진 특징은 값이 원작에 비해 싸다는 것. 전지 1장에 1천만원을 홋가하는 원로화가의 작품이면 가짜일 경우 6백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내용면에서도 필선의 강도가 약하고 치졸한 것으로 식별할 수 있으나 가끔 진짜 못지 않은 수작(?)도 있어 전문가도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한 화랑관계자는 『싼값에 현혹돼 제대로 감정을 하지 않고 사들여 가짜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1년에 한번정도는 있다』면서 『그러나 화랑의 이미지 때문에 발설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고 말했다.
운보 김기창씨는 『생존작가의 경우 가짜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면서 『미술사적입장에서 후세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가짜그림이 횡행하는데는 사는 이, 만드는 이, 파는 이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미술품을 좋아해서 사지 않고 투기대상으로 구입하려는 심리가「싼것」을 찾게되고 자신의 안목 없이 무턱대고 「이름」만으로 작품을 고르기 때문에 이를 노린 위작가와 화상이 판치게 되는 것이다.
위작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박물관· 미술관등에서 작품을 많이 보아 안목을 높이고 구입할때는 믿을만한 화랑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두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충고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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