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FT의 삐딱한 칼럼과 싸운 'SK지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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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1일자 오피니언 면에 SK㈜가 보낸 반론을 실었다. 지난 19일 FT는 "SK㈜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어 투자에 위험이 따른다"는 요지의 칼럼를 썼고 이에 대해 SK는 "SK㈜는 사외이사 비율을 70%로 늘리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힘썼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도 이를 인정해 신용등급을 올렸다"고 받아쳤다.

이처럼 FT와 일전을 치른 사람은 SK㈜의 투자자(IR) 담당 이승훈(사진) 상무다.

그는 "SK㈜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현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칼럼이 실리자마자 e-메일로 반론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지난해 11월에도 FT와 힘겨루기를 했다.

당시 FT는 "SK㈜는 이사회 산하 6개 위원회의 위원장이 누구인지도 감추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으로 SK를 공격했다. 당시 SK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외국계투자자인 소버린 측의 주장을 거든 것이다.

그러자 이 상무는 "SK㈜의 홈페이지나 한국의 전자공시사이트에서 위원장이 누구인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메일을 보냈고 FT는 이를 싣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무는 UBS워버그 증권.JP모건 등 외국계 투자 회사에서 일하다 지난해 3월 SK㈜에 합류했다. 그는 "FT처럼 소버린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는 외국 언론이 적지 않았다"며 "20여 차례 외신 기자들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SK㈜의 지배구조 변화를 납득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지난 18일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처분할 때 까지 1년 4개월간 기업 경영 현황 등을 설명하려고 소버린측에 몇차례 만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직접 대면한 것은 단 한 번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SK㈜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단체로 투자설명회를 하는 자리에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가 오자 어렵사리 만났다.

피터 대표는 약 1시간 동안 SK㈜의 지배구조 문제만 반복해서 얘기했다고 한다.

소버린은 지난달 초 이례적으로 e-메일을 통해 이 상무에게 "만나서 기업 실적 설명을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6월18일 "급작스런 해외 출장 일정으로 만날 수 없게 됐다"며 약속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일 공시를 통해 SK㈜ 경영불참을 선언했다. 이를 보고 이 상무는 소버린이 지분을 곧 처분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소버린은 떠났다. 이제부터 SK㈜의 지배구조는 투자자들의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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