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기간 통신망 마천산 봉화 다시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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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봉화는 조선시대의 기간 통신망이었다. 불과 연기를 이용해 왜구의 침입 등 국가의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밤엔 불을, 낮엔 연기를 피워 옆 지역 봉수대로 전달해 한양(서울)의 남산에 이르는 릴레이 방식이었다. 부산에서 아침에 봉화를 올리면 10시간 뒤인 저녁 무렵 서울에 닿았다.

 불을 피우는 시설은 봉수대다. 조선시대 1150여 곳이 있었다고 한다. 해안과 국경을 따라 적의 침입을 알리는 연변 봉수, 서울의 봉수와 연변 봉수를 연결하는 내지 봉수가 있었다. 봉화는 전신이 보급되면서 1895년 완전히 사라졌다.

 대구시 달성군이 봉수대를 복원하는 작업에 나섰다. 다사읍 마천산(해발 274m) 봉수지가 대상이다. 어린이 역사 교육장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판단해서다. 군은 지난 6월 발굴 조사에서 봉수대의 방호벽 중 일부는 상태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불을 피우는 아궁이인 연조 4개도 발굴했다. 방호벽은 타원형의 돌담 형태로 봉수군을 적이나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하는 시설이다. 불이 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했다. 높이 1m, 폭 1.2m에 길이가 135m에 이른다.

 마천산 봉수대는 내지 봉수대 중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봉수대 옆에는 봉수군의 집터도 발견됐다. 봉수군은 주변 마을 사람이 번갈아 10일씩 맡았다. 불을 피울 땔감을 마련하고 매일 이상이 없다는 뜻으로 봉화를 한 차례 올리는 일을 했다. 현장 조사를 맡은 이철영(전통건축) 울산과학대 교수는 “규모가 가장 크고 원형도 비교적 잘 보존돼 역사 학습장으로 만들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은 봉수대를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연조 등은 보존하고 옆에 작은 봉수대를 새로 지어 체험장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봉수대에 불을 때 연기를 피울 수 있게 하고 봉수군의 생활도 모형으로 만들 예정이다. 관람객이 연조를 관찰할 수 있도록 옆에 데크도 놓기로 했다. 봉수대 박물관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군은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치고 내년 말까지 9억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끝내기로 했다. 강대학 달성군 건축과장은 “봉수대 복원은 우리 전통을 계승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2016년 새해 해맞이 때 봉수대에 불을 피워 옛 모습을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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