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폭탄' 술시장 회오리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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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지난 20일 밤 하이트 맥주와 진로의 결합을 승인함에 따라 주류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맥주 1위인 하이트와 소주 시장 절대강자인 진로가 합쳐져 다른 주류업체들이 넘볼수 없는 '공룡 주류업체'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하이트는 유독 서울.수도권에서 오비맥주에 밀리고 있었지만 이 지역에서 소주시장 점유율 90%을 가진 진로를 업고 얼마든지 시장을 넓힐수 있게 됐다.또 영남권에서 열세인 진로소주 역시 하이트의 영업망을 발판삼아 힘을 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진로발렌타인스의 지분 30%를 갖고 있는 진로의 양주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이트도 이미 '랜슬럿'이란 브랜드로 양주사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결합승인에 대해 오비맥주와 지방소주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오비맥주측은 21일 "잘못된 결정이다. 가능한 모든 자구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금복주.보해.무학 등 지방소주사들도 "지방소주사의 존립기반 붕괴될 우려가 있다"며 "이른 시일내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안희원 상임위원은 "하이트와 진로가 결합하면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맥주와 소주 가격을 인상하는 등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여러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주와 맥주는 맛.도수.시장 등 여러 면에서 달라 별개의 시장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하이트 맥주가 이번에 진로인수업체로 최종 확정됐지만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3조4288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중 상당 부분을 회사채 발행과 은행 차입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또 최근 불경기로 주류시장이 얼어 붙어 있어 하이트의 시장확대도 의욕 만큼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또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유통경로가 비슷해 일부 인력의 구조조정 등도 하이트맥주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진로노동조합은 21일 ▶고용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 진로 위상에 걸맞는 종업원 대우 등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두 회사에 대한 합병소식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21일 하이트맥주 주식의 종가는 전날보다 3500원(3.1%) 떨어진 10만9000원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송지현 연구원은 "두 회사가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산고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하이트맥주는 교직원공제회 등 컨소시엄 구성업체와 협의를 거쳐 다음달 3일까지 이미 지불한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 3조860억원을 입금하고 조만간 관할법원에 진로의 법정관리 종결 신청을 할 방침이다. 하이트 관계자는 "9월 중순쯤에 진로의 경영을 정상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는 다음달 중순 인수단을 진로에 파견할 계획이다.

김종윤.염태정.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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