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장효문씨 『서사시 전봉준』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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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선 그 방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견시인 장효문씨(42)가 동학혁명운동의 지도자 전봉준의 일대기를 시로 읊은 『서사시 전봉준』은 원고지 1천8백52장 분량에 시행 수로는 1만7천6백42행이다.
김동환의 『국경의 밤』, 신동엽의 『금강』, 신경림의 『새재』로 이어지는 우리 현대서사시의 맥락에서 볼 때도 유례없는 대작이다.
『미흡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발표하였읍니다. 3년간의 자료조사와 2년간의 집필기간을 가지면서 있는 힘을 다하기는 했읍니다만….』
반외세·반봉건의 민중운동인 동학혁명을 지도한 전봉준에 대한 애정이 이 작품을 쓰게 하였고 쓰는 동안 그의 사상에 심취하였기에 작품을 써나가는 동안의 어려움을 잊을 수 있었다고 산고의 기쁨을 말한다.
이 작품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조 최제우의 신원(신원·억울함을 풂)을 위한 보은집회, 조병갑으로 대표되는 관리들의 횡포에 대항한 전주성 입성과 외세를 끌어들이지 않기 위한 해산, 공주성에서의 패배와 전봉준의 최후입니다. 그중 전봉준이 심문을 받는 부분에서 그의 자유·평등사상을 강조하려고 애썼읍니다. 가장 힘들인 부분이지요.』
『서사시 전봉준』은 사실의 바탕으로 기록에 충실하면서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려 애썼다. 자료수집과 현지답사가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의환씨의 『전봉준 전기』, 오지영씨의 『동학사』 『한국근대사』(국사편찬위원회)등이 주요자료가 됐다고 한다. 『현지답사에서는 구전수집과 자료에 대한 확인작업을 했읍니다. 정읍의 생가에 한번, 전북·충청도의 격전지에도 여러번 다녀왔읍니다. 의외로 얻어지는 것이 없었읍니다. 그럴수록 이 작품을 써야겠다는 힘이 생겼읍니다.』
현지에 가서 그 당시를 생각함으로써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것도 강조한다.
사실에 충실하였다고는 하지만 이 방대한 서사시는 장씨의 상상력과 문학적 형상화로 가득 차 있다.
민족사의 전환기에 일어난 민중운동의 주인공에 시선을 던져본 이 작품은 우선 그 시도와 양적 방대함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독자들의 얼마만한 감동과 공감을 얻을지는 기다려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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