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우리의 대일·대북 정책도 유연해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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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역내 긴장 완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정상회담을 열고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틀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해상과 공중에서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두 정상은 해양 분쟁에 대해서도 국제 규범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국의 적극적 해양 진출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비롯된 안보 불안요소를 줄일 수 있는 조치가 나온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역내 경제성장과 발전은 군사 충돌 가능성이 없는 데서 비롯된다. 두 정상이 오랫동안 마찰을 빚어왔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처음으로 합의한 것은 G2 관계가 대립과 불신만이 아니라 협력과 공생으로도 채워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이분법의 함정에서 벗어날 때다.

 중·일도 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역사인식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대립 구도는 그대로지만 최악의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회담 전 합의한 해상에서의 연락 메커니즘에 대해 실무협의를 하기로 했다. 미·중 합의와 한 맥락이다. 2년 전 일본 정부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이래 계속돼 왔던 양국 대립 관계가 풀려나갈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끌어내고, 아베 총리와도 대화를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북한 억류 미국인 2명의 석방 과정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한·일, 남북은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 내각의 역사 수정주의, 북한의 이중적 태도가 최대 문제이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미·중, 중·일 간의 새 흐름을 놓쳐선 안 된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수 있는 나라는 과거사, 정치체제에서 자유로운 우리뿐이다. 더 한층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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