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사장, “불신임투표 용납못해”

중앙일보

입력

[마이데일리 = 남안우 기자] 최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KBS 노사 문제에 대해 KBS 정연주 사장이 갈등의 앙금을 씻고 상생과 대타협의 길로 나아가자며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20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오늘의 사태를 보는 저의 심경은 착잡하고 참담하다”며 “차디 찬 시멘트 바닥에서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노조 위원장(진종철)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서 집무를 봐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가슴이 저미어 온다”고 현 사태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했다.

이어 정 사장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화를 통해 KBS가 처한 위기의 본질을 바로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노와 사가 어떻게 해원 상생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해의 경영적자에서 KBS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정 사장은 “경영적자가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고 밝히며 “중요한 것은 수신료 현실화의 어려움과 광고 수익의 감소가 일시적이고 순환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KBS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수신료의 위기는 세계 공영방송이 공통으로 처한 고민이고, 광고시장의 위축 또한 국내 타 방송사도 겪는 위기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적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책임소재에 대한 소모적인 공방이 아니라 노사가 합심해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광고 수익도 증대시키고 KBS 위상도 높이는 생산적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고용 불안정과 임금 삭감 우려에 대해서는 “KBS 경영진은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맞춰 노와 사가 머리를 맞대 비효율을 걷어내고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확충하는 윈-윈 전략을 통해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직무 중심의 센터 조직, 인력의 재배치 등이 담긴 구조혁신안을 빠른 시일 내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KBS 노동조합의 단식투쟁에 이어 불신임 투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불신임투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집단행동은 결코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은 “4천5백만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취임할 때 자리를 탐내지 않았던 것처럼 언제든지 자연인 정연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며 “직종과 직급, 지역을 뛰어넘어 상생 대타협의 길로 나아가자”며 간곡한 동참을 호소했다.

[KBS 노사문제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자신의 소견을 밝힌 KBS 정연주 사장. 사진제공 = KBS]

남안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