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움직이게 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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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컴퓨터의 장점은 그것이 논리기계라는 점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컴퓨터란 스위치만 누르면 당장 그 자리에서 어떤 문제든 해결해 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에 있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컴퓨터는 사고할 수 있는 기계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가능한 것이지 기계자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멍청한 쇳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억할 수 있고 또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수행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리하고, 통찰력 있고, 응용력 이 있는 인간이 작성해 준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즉 컴퓨터는 일반적인 기계와는 다르게 이것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오로지 이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능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사람의 손이 필요하게 되는데 컴퓨터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직능에 따라 시스템 분석자, 프로그래머, 그리고 오퍼레이터와 카 펀처 등으로 나눠 부르게 된다.
현재 컴퓨터요원의 부족은 세계적인 경향인데 그 이유는 컴퓨터의 역사가 짧은데 비해 그 이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는 1968년도에 최초로 컴퓨터가 도입된 이래 갑자기 활용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욱더 극심한 요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어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확보해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각각의 컴퓨터 요원들은 어떤 업무를 담담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시스템 분석자=어떤 기관이든 현재 사람들이 손과 머리로만 하고 있던 일을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자 할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현행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컴퓨터와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업무처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데 이러한 일을 전담하는 사람을 시스템분석자 라고 한다.
▲프로그래머=시스템분석자가 분류, 설계한 모델을 기초로 하여 처리해야할 일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가장 효과적인 작업순서를 알아내어 플로차트를 작성한 다음 이러한 인간의 지시를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여 프로그램을 작성한다.
앞서 말했듯이 컴퓨터는 자기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주어진 프로그램만을 충실하게 실행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프로그래머는 컴퓨터가 해야 할 작업 순서와 방법을 일일이 검토하여 작성된 프로그램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점이 없는가를 검토해 보아야 하는데 컴퓨터는 점하나만 빠뜨려도 동작을 멈춰버리는「석두」이기 때문이다.
▲오퍼레이터=시스템분석자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모델을 작성하면 프로그래머는 컴퓨터에 시킬 일의 내용을 프로그램으로 작성하여 기본적인 준비 작업이 끝나게 된다.
이젠 작성된 프로그램을 컴퓨터가 처리하도록 컴퓨터를 조작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오퍼레이터라고 한다. 초기에는 컴퓨터 요원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분야이나 근래에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이라는 것이 개발되어 현대의 컴퓨터는 스케줄을 가르쳐주기만 하면 지시된 일을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까지 잡아가며 자동적으로 처리 할 수 있어 그렇게 어려운 분야는 아니라 하겠다.
▲키펀처=컴퓨터의 입력장치는 아직도 인간이 손으로 흘려 쓴 글씨까지는 읽을 수 있도록 진보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작성된 프로그램이나 각종 데이터는 컴퓨터가 읽어 줄 수 있도록 별도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키펀처라 한다. <정상은(중앙 전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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