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인터넷 강좌로 학점 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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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복무 중인 병사가 온라인 수강을 통해 대학 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군 인적자원 개발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군 복무가 인생의 정체기라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현역병들의 자기 계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군대서 학점 딴다=계획안에 따르면 휴학계를 내고 입대해도 자신이 재학하던 대학의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는 형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대학별로 평균 54개 온라인 강좌를 운영 중이다.

일부 대학과 학점 교류를 하고 있는 방송통신대.사이버대학의 온라인 강좌를 들어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취득 학점은 학기당 최대 6학점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복무 중 각종 군사 교육.훈련도 학점으로 인정해 주도록 대학교육협의회 등에 요청키로 했다. 분대장 직무교육을 '리더십 실습'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형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일부 대학은 군내의 응급처지.화생방교육 등을 학점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병역법을 개정해 복무 중 학점 취득을 허용하고, 교육부도 고등교육법을 바꿔 '학기당 등록'만 허용하는 현행 대학 등록 제도에서 '학점당 등록'도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 부대 PC방이 학습장=수강은 부대 내 인터넷 PC방에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국방부는 2011년까지 3단계로 모든 중대에 최소 16대의 PC를 갖춘 PC방을 설치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교육방송.민간기업 등에서 TEPS나 제빵 기술 등과 같은 각종 어학.자격증 취득 콘텐트도 제공받아 PC방에서 병사들이 원하는 분야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또 영어 학습 희망자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영어 내무반'과 같은 '학습 구역'을 부대 안에 만들도록 각급 부대에 권장키로 했다. 병사들의 학습 시간은 평일 일과 후인 오후 7~9시와 토요일 오전 등으로 정할 방침이다. 병사 교육을 담당하는 학습지도관(장교)도 대대에 임명키로 했다.

국방부는 아울러 노동부와 협의, 헬기 정비사.전자광학장비관리사.총기관리사.폭발물관리사.낙하산 훈련지도사 등의 국가 자격증을 신설해 군에서 배운 기술을 민간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했다. 병사의 교육과 보직 기간 정도에 따라 국가 기술자격증 취득 때 필기 시험을 면제해 주는 대상도 한식조리.자동차 정비 등 현재 6개에서 확대키로 했다.

◆ 문제점은=복무 중 학점 취득이 활성화되려면 대학들이 '학점을 인정받는' 온라인 강좌를 대폭 늘려야 한다. 대학별로 들쭉날쭉 온라인 강좌를 운영하면 학점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 또 군사 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을 대학들이 수용해야 가능하다. 신청 학점에 관계없이 학기마다 등록금을 받는 대학이 수입이 줄어드는 '학점당 등록제'를 수용할지도 문제다. 훈련이 잦거나 근무 강도가 높은 부대의 학습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어 군 내부적으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나아가 국가 방위를 임무로 하는 군에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긍정적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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