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얘들아, 선생님이랑 권투하며 살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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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요즘 학생들에게 복싱이 딱 맞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효과가 탁월하면서도 체중감량에 따른 요요현상 등 부작용도 전혀 없어요."

전북 전주 완산외국어정보고 장연상(43)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복싱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1학년 여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지만 밤에는 복싱코치로 변신한다.

그가 복싱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으로 평소 65kg을 맴돌던 몸무게가 80kg 이상으로 불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지방간이 생기는 등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다가 '복싱으로 몸관리 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무작정 도장을 찾아가 등록했다.

"복싱은 1시간 뛸 동안 운동복을 2~3벌씩 갈아 입을 정도로 운동량이 많아요. 줄넘기.샌드백치기.새도복싱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 단조롭지 않고 재미도 있어요."

복싱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샌드백을 두들겼다. 체중이 10kg 이상 빠지고 삶에도 새로운 활력까지 생겼다.

"혼자 즐기기에 아까운 운동"이라는 생각에 장 교사는 올해 초 교내에 '완산 복싱 다이어트 클럽'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남학생도 꺼리는 운동인데 여학생들이 얼마나 가입할까"걱정도 했었지만, '선생님의 다이어트 효과'를 목격한 학생들이 18명이나 지원했다.

샌드백.펀치볼 등 기본 시설도 없지만 장 교사와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방과후 학교 강당에 모여 2시간씩 스텝과 스트레이트.훅 등 기본 기술을 배우며 구슬땀을 흘린다. 멤버 중 박소라(2학년).김하나(3학년) 양 등 두 명은 올 전국체전에 전북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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