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검증되지 않은 최신 눈사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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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2보(18~35)
● . 왕 위 이창호 9단
○ . 도전자 옥득진 2단

18부터 '큰 눈사태형' 정석이 진행된다. 부용정의 저 한가롭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처럼 격렬한 정석이 두어지고 있다는 게 신기한 느낌마저 준다. 60여 년 전 '살아있는 기성 우칭위안(吳淸源)에 의해 시작된 이 정석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인양 끝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 중 백미가 25로 뻗는 전투적인 한 수다. 이후 각양각색의 실험을 거쳐 '참고도1'의 백1로 잇는 수가 대세로 자리잡는 듯 보였다.

그러다가 실전의 26, 28이 나타났다. 유력한 수였고 당연히 대인기였다. 수십 년 동안 왜 이 형태를 상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옥득진 2단이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선보였다.

말하자면 최신형이다. 30은 지금까지는 '참고도2'의 백1로 바로 막았다. 흑은 2로 끊어 10까지 활용해 두고 12로 잡는다(12로는 A.B등을 먼저 활용하는 수법도 있다).

실전과 '참고도2'는 다르다. 실전은 백 모양이 매우 두텁지만 집으로는 '참고도2'가 나을지 모른다.

이 차이를 계산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워 귀신도 모르는 것이니까 각자의 취향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두어 잘 이기면 유행하는 것이고 자꾸 지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이다.

이창호 9단이 화장실에 느릿느릿 다녀온다. 창덕궁의 눈부신 햇빛과 수목들 탓인지 사람들의 모습이 퍽 한가해 보인다.

이 9단에게 대국장이 어떠냐고 물으니 "조용하고 공기가 깨끗해 좋네요"라고 한다. 빠르게 두던 이 9단이 오랜만에 장고하더니 35로 신형 정석을 마감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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