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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에서 깨어난 구 이병, 머리 상처 두고 진실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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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물인간서 깨어난 구이병 머리 상처

식물인간이 됐다 깨어난 육군 15사단 구상훈(22) 당시 이등병의 뇌출혈 원인을 둘러싸고 선임병에 의한 각목 구타 주장 <중앙일보 11월 10일자 10면>이 제기된 가운데 구 이병 머리 뒷 부분에 난 상처 원인을 두고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군 당국은 이 상처를 ‘욕창’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상처 부위 사진을 공개한 구 이병 아버지와 가족들은 "쓰러진 지 5일 후인 2012년 2월 23일에 찍은 사진인데 머리에 상처가 선명하게 보인다”며 “사고 직후부터 외상이 있었는데도 군이 구타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대해 군 당국은 “사고 초기에는 외상이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15사단 관계자는 “사고 당시 군, 동료 병사, 군의관, 가족 등 누구도 외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구 이병 부모들이 외상을 발견했다며 최초로 군에 의혹을 제기한 시점은 사고가 난지 약 2주가 넘게 지난 3월 5일경”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상처에 대해 군의관이 아닌 민간병원 의사가 욕창으로 판단을 내려서 당시 부모들도 수긍을 했다"고 덧붙였다. 군에 따르면 당시 구 이병의 상태를 살펴본 민간 병원 의사는 "춘천에 있는 H학병원 소속으로 담당의가 가족들에게 오래 누워 있어 생긴 욕창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 당국도 이 소견을 받아들여 머리 뒷 부분 상처를 '욕창'으로 결론 내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 이병 가족들은 이런 군의 설명에 대해 "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가족들은 당시 담당 의사가 상처를 놓고 욕창이란 말을 한 적이 없으며, 다만 간호사가 지나가듯 한 말을 군이 인용해 욕창으로 단정지었다는 것이다. 당시 담당 의사는 현재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시 상황과 상처 사진만 놓고 보면 욕창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의학 전문가는 “아무리 식물인간 상태라도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활발한 20대 초반 환자가 그렇게 단시간 내에 욕창이 생길리 없고, 특히 머리 부분은 다른 부위보다 더욱 혈액 순환이 빠른 곳”이라며 “더구나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간호사와 의사에게 전문적인 관리를 받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머리 부분에 욕창이 생겼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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