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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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포클랜드전쟁이 74일만에 끝났다. 런던엔 「그레이트·브리튼」 (위대한 영국)을 외쳐대는 군중이 있었다. 영국 국가 「신이여, 여왕을 도우소서」를 노래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은 바다를 지배한다」란 노래도 우렁차다.
영국군 승리의 원인은 세 가지로 분석됐다.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전술, 고도의 정밀 무기, 그리고 과감한 공학.
상륙에 성공한 영국군은 험준한 산악을 강행군으로 돌파하고 고지대를 점령, 협공작전을 폈다. 야간에도 낮처럼 볼 수 있는 스타스코프라는 신무기도 위력을 발휘했다. 적외선 조준기 등 정교한 야간전투용 무기는 월등한 이점을 주었다.
악천후를 극복하며 수행된 기습작전도 영국군의 전통적 용맹성을 과시했다. 네팔산악부족으로 구성된 유명한 구로카부대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자신들이 「전쟁 프러페셔널」(전문가) 과 싸워서 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강력한 제국주의 세력」과 대항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졌던 건 아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의 승리는 80%의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미 뉴욕주 로체스터 대학의 「브루스·프에노·데·메스기터」교수 (정치학)의「현대전쟁론」에 근거하면 그렇다.
「전쟁은 거는 쪽이 대개 이긴다」는 제1원리다. 1816년부터 l974년까지 세계에서 일어난 전쟁 2백51건 중 80%가 그랬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제3국이 분쟁에 개입하는 경우다. 1, 2차 세계대전이 그것이다.「전쟁은 두 당사국이 함께 이긴다고 할 때 발생하기 쉽다」는 제2 원리도 있다. 2백51건의 전쟁 중 70%가 그랬다.
「오늘의 전쟁은 적대국보다도 친밀한 동맹국 사이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무려 4배나 된다.
이번 포클랜드전쟁을 보면 그의 진단이 모두 부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은 다른 특색도 있다. 승패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뚜렷한 이익도 없다. 영국이 지금 승리를 환호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럴 처지도 못된다.
포클랜드의 영유권 문체가 우선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협상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 포클랜드의 요새화는 영국에 이익을 주지도 않는다. 년간 8억 달러의 출혈만 강요할 뿐이다. 장기적 소모전에서 입지적 불리는 더 커갈 뿐이다. 정치적, 외교적 곤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갈티에리」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밖으로 소화하려던 아르헨티나는 더 큰 곤란에 직면하고 있다.
「칭기즈칸」은 전쟁을 일종의 스프츠로 칭찬한 적이 있다. 또 전쟁의 정신적 역할을 처음으로 인정한「조세프·드·매스킬」은 전쟁을 「신의 분노」로 표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인간의 어리석음만을 새삼 증명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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