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랜드사태 계기로 본 양국관계|한국-아르헨 교역 긴 안목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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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붸노스아이레스=이영섭 특파원】포클랜드사태로 아르헨티나에 있는 한국무역상사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지난5월3일부터 모든 소비재에 대한 수임금지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이 그동안 아르헨티나에 수출해 온 품목은 섬유제품.·전자제품·신발류 등 인데 이 품목이 모두수임금지품목에 끼여 있다. 한국의수출품은 완제품소비재가 70%를 차지해 더욱 타격이 크며 수입제한조치가 계속될 공산이기 때문에 품목전환을 서둘러야 할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올해 수출부진은 물론 포클랜드 사태 때문만이 아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국내불경기와 페소화의 너무 잦은 평가절하가 더 큰 원인이었다.
페소화가 작년 초부터 1년 반 사이에 7백%나 평가절하 됨으로써 수입품이 국내제품과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경제혼란으로 구매력이 떨어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돼 왔다.
올해 4월까지 한국수출실적은 5백41만 달러였다. 올해 목표액 1억2천만달러의 고작 4,5%만을 달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그마한 상사들은 참지 못하고 연초에 이미 지점을 철수했다.
대우·삼성·선경·현대 등 종합상사들은 사태를 주시하며 새로운 품목을 찾고 있는 단계며 이중 선경·현대는 주재원 2명중 한사람씩을 감축했다.
아르헨티나에는 79년과 80년에 전에 없던 호황이 닥쳐 한국의 수출액은 79년의 2천7백만 달러에서 80년에는 7천7백만 달러로 갑자기 늘어났고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한 81년에는 6전3백만 달러 선을 유지했었다.
한국상사들은 장기적인 투자 없이 경기가 뚜렷이 좋아진 다음 주재원을 추가 파견하는 등 적극 판매 전을 폈으나 이미 시기를 놓친 다음이었다는 것이며 이런 식으로 경기가 나빠졌다고 다시 주재원을 감축시킨다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으나 호경기가 닥쳐와도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대 아르헨티나 수출은 80년과 81년에 현격한 수출초과현상을 보여 왔다.
80년엔 7천7백만 달러수출로 6천4백만 달러초과, 81년에는 6천3백만 달러수출로 3천5백만 달러의 수출초과를 보였었다.
아르헨티나는 이 같은 무역역조 때문에 한국대사관에 시정을 요구했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쇠고기를 좀 사가라는 것. 한국이 호주로부터는 8천만 달러 어치나 사가면서 아르헨티나 것은 단 1천만달러 어치도 안 사주느냐는 주장이다.
누적된 국가재정의 적자에다 3백80억 달러의·외채를 안은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어떻게 하든지 수출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다해 페소화를 계속 평가절하 했고 포클랜드 전쟁 전에도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신용장개선을 까다롭게 하는 등 기술적 수입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대 아르헨티나 수출은 단기적으로는 전혀 전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재가 아닌 플랜트나 자본재수출 등으로 품목을 바꾸고 꾸준히 기반을 잡아가면 한국의 교역상대국으로 아르헨티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땅덩어리가 넓어 이민 대상 국으로, 그리고 무진장한 자원의 공급 국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전쟁을 통해 지금까지 서구지향형의 위험성을 인식, 남미·아시아 등 제3세계공업중진국과의 유대강화를 절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럽의존도는 70년대의 48%가 80년대에는 20%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의 광물자원은 아직 개발이 전혀 안돼 있는 상태다. 석유는 90%를 자급하고 나머지를 수입하고 있지만 개발이 안돼 매장량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아르헨티나는 지하에서 나는 모든 석유를 국가소유로 하고 있어 농장이나 목장 등 개인 땅에서 석유가 발견되면 정부가 땅을 수용하기 때문에 지주들이 석유발견을 감추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전쟁으로 정치적·경제적 불안과 국제적 고립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인구가 적고 개발 안 된 무한한 자원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대한 자원개발에 참여한다면 인력진출과 곡물·원자재의 확보 등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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