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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와 대북 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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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停戰協定) 이후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을 가진 채 경쟁해왔다. 수십 년간 정치는 물론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점점 더 이질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통일에 대한 의지는 버리지 않고 있다. 간헐적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어졌고 정상회담도 이루어졌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제 정세에 따라 남과 북의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고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선전이나 광고 또는 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쪽’이라는 뜻의 ‘전단’이 살포되었다. ‘삐라’로 불리기도 했던 선전용 전단은 서로의 체제를 비판하고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뿌려졌다. 그러다가 2004년 열린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에서의 심리전을 동시에 중단하고, 확성기를 통한 대북 대남 선전은 물론 전단 살포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러한 합의는 사실상 파기되었다. 2012년 7월 말 경기도 파주와 양주 부근에서 1만 6000여 장에 이르는 북한의 대남 전단이 발견되었다. 남한 또한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민간단체들이 여전히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상호 비방을 중지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남북 고위급 접촉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대북 전단 살포는 남북 간에 새로운 긴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화해와 평화가 아닌 긴장과 갈등의 남북 관계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시적 관점에서 통일을 생각한다면 전단 살포 문제의 해답은 쉽게 얻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