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구금리를 인하|EC는 대소경협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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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베르사유 7개국 정상회담은 지금까지 있었던 회담보다는 좀더 중요한 「합의」를 산출해냈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것은 소련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기본전략과 미국측 요구에 동조해주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나머지 6개국, 특히 EC측간의 바터에 의해 가능했다.

<서방경제 정상회담 폐막>
이 타협의 산물로 나타난 것이 미국의 고금리인하 다짐과 서방측의 대소 신용공여의 제한이다.
미국측이 나머지 서방측 압력에 눌려 고금리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미국정부 마음대로 뜻하는 것이 금리정책이기도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으로 채택한 것이니만큼 미국정부는 금리인하노력을 하도록 구속을 받게된 셈이다.
미국의 고금리정책은 세계경제를 장기침체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EC를 비롯한 서방 각국은 미국의 고금리정책에 대해 맹 비난을 계속 해왔다.
미국은 벌써 2년 동안 고금리정책을 지속, 아직도 프라임레이트는 16∼16·5%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고금리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투자와 수요를 위축시켜 경기를 침체시키고 있다.
국제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미국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든다 해도 작년수준(실질성장 1·1%)에 미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경기침체의 심화는 실업의 격증을 초래, 서방 24개국(OECD)의 실업자수가 2천4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9%, 영국 11·7%, 프랑스 8·1%, 서독 7% (일본 2·4%)등 서방 주요국들은 모두 고실업율에 시달리고 있다.
서방각국이 높은 실업사태에도 불구하고 고용확대정책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인플레의 벽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로 방침을 천명한 것은 세계경기의 자극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외채를 많이 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이자부담의 경감효과 때문에 학수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는 그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게 되어있지 않다. 연간 1천억 달러가 넘는 재정적자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자칫 인플레에 불을 지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미국의 통화당국(FRB)은 금리인하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서방각국의 대소 신용공여제한은 경제적인 것보다 정치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결속을 했다는 것 자체가 리더십의 건재를 인정한 것으로 자위할 수 있다.
통화안정계획의 추진·경쟁력 확보를 위한 환율이용의 배제, 빈국에 대한 지원확대 등의 합의는 연례적인 구두합의의 범주를 못 벗어나는 것들이다.
어느 회담이나 그런 합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된 것은 없었다.
이밖에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흑자에 대한 공동역력은 정상회담이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일본측이 회담에 앞서(5월28일) 96개 공산품의 수입관세를 철폐하고 1백19개 품목에 대해 관세인하조치를 취한 것은 서방정상회담에서의 압력을 사전에 덜어보려는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에서 일본은 각국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압력은 일본의 무역정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내년에 열릴 9차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의 무역혹자는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한데 그러한 상태를 지속해 나가기란 일본도 괴로운 일일 것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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