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술 교육 학교서 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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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과 일선 교사들이 학교에서의 효율적인 대입 논술 지도를 위한 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로 인해 강화되는 논술고사 준비를 학원에만 맡기는 것은 학교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서울.부산.전북교육청은 이번 여름방학부터 자발적으로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논술지도 연수에 들어간다. 교육인적자원부도 8월 말 논술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는 대로 '논술 지도 가이드북'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올 여름방학 동안 214개 일반계고에서 1명씩의 교사를 선발해 모두 16시간의 논술지도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택 교육감은 "일선 학교에서 어떻게 논술을 지도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측면이 있는데, 교사 연수를 통해 방향을 잡아나갈 것"이라며 "학교가 중심이 돼 논술지도를 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 교육감은 "우수 교사를 선발, 대학에 위탁해 논술지도 능력을 갖추게 하는 등 단계별로 연수를 실시하되 가급적 많은 교사가 논술지도 능력을 갖추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일반고 교사 1만6900여 명 가운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교과를 담당하는 1만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연차적으로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우수 교사 60명을 선발해 방학이 시작되는 18일부터 동서대 인문대에서 '논술 지도자 과정 직무연수'를 실시한다. 교사들은 총 30시간의 연수 과정에서 ▶긴 글 요약하기와 독서지도▶구상과 개요 짜기▶첨삭 원리와 실제▶논술 교육과정 짜기 등을 집중적으로 익힐 예정이다.

이들은 연수를 받은 뒤 다른 교사들을 대상으로 논술지도 연수를 하는 '강사 요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설동근 교육감은 "집중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2학기에 각 대학의 논술 유형이 구체화된 이후부터는 부산시내 90개 고교 6000여 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논술지도 방법을 전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설 교육감은 "논술은 학생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상 꼭 필요한 것"이라며 "학교가 논술지도를 포기하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교육청은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에 대응해 현재 운영 중인 '독서논술 담당 교사 연수'를 하반기부터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홍진섭 장학사는 "현재의 연수는 10일간 60시간짜리인데, 하반기부터는 6개월 장기 연수로 전환하고 사회.역사.공학분야 교수들을 초빙해 강의를 듣는 등 충분한 논술지도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연수가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혼란스럽긴 하지만 방향은 맞으므로 교사들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재근 부산 경남고 교사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지도하려면 다양한 교과의 협조와 협의가 필요한데 현재 학교 현장에선 준비가 덜 돼 있다"며 "연수 등을 통해 협조체제와 지도 모델을 만드는 등 교사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영 가락고 교사는 "교과서 범위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라는 정도면 학교 교사들도 얼마든지 지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선 단대부고 진학지도부장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서울대에서 밝힌 대로 학원에 갈 필요 없이 독서량이 뒷받침되면 풀 수 있는 방향으로 실시되면 학생들이 공부를 더 폭넓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교사들이 힘들지만 논술지도 준비를 해야 하며, 그것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남중.고정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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