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슬기, 중앙서울마라톤 생애 최고 기록으로 여자부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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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기록을 세웠어요."

한국 여자 마라톤 기대주 안슬기(22·SH공사)가 생애 개인 최고 기록으로 우승을 달성했다. 안슬기는 9일 중앙서울마라톤 국내 여자부에서 2시간37분47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우승에 안슬기는 얼떨떨해했다. 눈물이 글썽글썽했지만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웃었다.

안슬기가 마라톤 입문한 건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트랙에서만 뛰던 안슬기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교 졸업 후 슬럼프에 빠졌다. 그나마 꾸준하게 달리는 것은 할 수 있어서 지난해 4월 대구국제대회로 마라톤에 입문했다. 마라톤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통했는지 성적이 좋았다. 작년 전국체전에서 2위(2시간40분48초)를 기록하면서 자신감이 한껏 올라왔다.

그는 올해 목표를 전국체전 우승으로 세웠다. 그러나 우승이란 열매는 쉽게 먹을 수 없었다. 안슬기는 지난 2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6위(2시간44분24초)를 기록했다. 쥐가 올라와서 옷핀으로 찌르며 뛰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딱 일주일, 안슬기는 재도전해 첫 우승을 일궈냈다. 전국체전처럼 달리는 중반 쥐가 올라왔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30㎞ 지점에서 함께 달리던 선두권 선수들이 힘들어하자 박차고 나왔다. 12㎞을 남기고는 1위로 달리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안슬기는 "사실 7일만에 몸 상태를 100% 끌어올리는 건 어렵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이 대회에 나와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 목표는 올해 못 이룬 전국체전 우승이다. 그는 "올해 대회를 잘 마무리했다. 내년엔 전국체전에서 꼭 1위를 하고 싶다. 국내 1위를 하면 기록도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다. 또 언젠가 아시안게임, 올림픽도 나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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