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론 빗발…심야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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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장관 해임안이 부결된 후 민한당은 격심한 당내진통에 빠졌다. 현실에 대한 무력감, 당 진로에 대한 회의 등이 29일 밤 의원총회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의원직사퇴론, 당직사퇴론이 나오고 총재의 대통령 면담 방안까지 31일 당무회의에서 제기됐다. 야당의원들의 고민은 부결될 것이 뻔한 각료 해임안·국정조사특위 구성안을 제기한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안주할 수 있느냐는 것. 29일 밤 11시 반까지 5시간 계속된 의원총회 발언요지는 다음과 같다. <의원총회 29일 밤>
▲이형배 의원=제1야당으로서 민한당이 국민의 뜻에 부응하고 있는지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몇 건의 표결로 이번 국회를 넘기고 말 것인가. 역사의 심판을 엄숙하게 생각해 볼 때다. 우리가 더 이상 각본대로 놀아나면 곤란하다.
▲이영준 의원=지도부는 그런 대로 최선을 다했다. 일부가 의원배지를 떼자고 하나 배지는 유권자가 붙여준 것이다.
▲서석재 의원=민한당은 최선도 차선도 다하지 못했다. 정통 야당의 자부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재야 인사들이 장차 우리 당에 들어와 일할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홍사덕 의원=과거에는 공화당을 떠난 마음이 모두 신민당에 담겼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볼때 민정을 떠난 마음이 민한에 담기지 않고 있다. 민심이 민정·민한에서 모두 떠나게되면 정국안정은 어렵다. 민한당은 제5공화국의 정통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제5공화국에 우리가 끼워놓은 주춧돌을 뺄 것인가, 수모를 견디며 남아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해야한다.
▲김현규 의원=우리 당이나 재야나 목표는 같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정부와 국민간의 거리를 이용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법질서 속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겠다는 당 이념 때문에 국회나 당에서 국민들의 주장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런 엄청난 사건을 놓고도 민정당 이상으로 지탄을 받는 것은 당의 투쟁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내각 책임제·개헌 안 같은 것이 당론으로 결정돼 있었다면 이 시점에서 모든 문제가 수렴되었을 것이다.
▲신상우 의원=야당이란 것은 이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의 대표 깃발이다. 우리 스스로는 전통야당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느 시점에서 정권을 놓고 경쟁이 붙게될 때 과연 전통야당의 깃발을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민한당 의원들에게 배지를 뗄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횃불은 없지만 호롱불을 들고 의회를 지키겠다고 떳떳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제5공화국이 다시 길거리에 방황하게 될 때 3천9백만 국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자.
▲유옥우 부총재=당 진로문제를 지금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국기를 흔드는 사건 앞에서 우리자신의 살길이나 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미안하다.
▲서청원 의원=총재가 이번 사태에 임하는데 실기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만은 없다. 이제라도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시국에 관한 입장을 소신 있게 밝혀라.
▲김문석 의원=죄라면 국회의원 된 죄밖에 없다. 이상 만 갖고 현실을 살수는 없지 않은가. 헌법질서 테두리 안에서 전체흐름에 역행되지 않게 나가면 된다.
▲유한열 의원=우리 당이 생동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돌팔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대로 밀고 가야하며 지도부는 의원들의 건설적인 말을 외면해선 안 된다. 책임이 정부·여당의 횡포에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결의안을 내자.
▲이석용 의원=민한당은 누가 뭐라 해도 전통야당의 적자다. 당무회의 운영을 기능면에서 개선하라. 당무위원들은 소속의원의 의견을 총재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김문석 의원=의원직을 걸자는 나의 의견은 배지를 당장 떼자는 게 아니라 사퇴 할 각오로 투쟁하자는 것이다.
▲오상현 의원=평화적 정권교체는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필코 우리에게 정권이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번 사태로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앞으로 몇 번이고 버려야할 사태가 또 돌것이다.
▲박관용 의원=모든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는 것을 못박고 계속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의총결의문을 낼 것을 동의한다. 그리고 구체적 투쟁방안은 당무회의가 강구토록 하자.
▲이재근 의원=박관용 의원의 의견은 좋으나 당무의원들은 믿을 수 없다. 그러니 당무위원들의 소신과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이 자리에서 제시케 하자.
▲김진배 의원=우리는 떳떳했다. 우리가 진 것은 아니며 우리는 승리의 영광을 안았다. 국회가 거듭될수록 우리의 힘이 뻗어나고 있다.
▲임종기 총무=결의문을 채택키로하자. 그러면 김진배 대변인, 서청원 부대변인, 박관용·홍사덕 의원으로 하여금 결의문을 기초토록 하겠다.

<밤11시30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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