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사기범은 고교 모범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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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은행 홈페이지를 가장한 '피싱(Phishing) 사이트'를 처음으로 만든 뒤 해킹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낸 범인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싱이란 개인 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유명 회사의 홈페이지를 해킹해 위장 사이트를 만든 뒤 네티즌들에게 e-메일 등을 보내 위조된 홈페이지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내도록 유인하는 사기 행위다. 경찰은 5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의 홈페이지와 유사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빼가는 피싱 사이트가 처음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3일 가짜 K은행 사이트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전송한 뒤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김모(17.고2)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2월 K은행 홈페이지를 본떠 자신이 만든 사이트에 들어온 네티즌이 '실명인증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클릭하면 상대 컴퓨터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되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김군은 상대 컴퓨터에서 백신 프로그램을 삭제한 뒤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법으로 컴퓨터 이용자가 입력하는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군은 온라인 게임 이용자에게 "아이템을 사겠다"고 접근한 뒤 "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실명인증 프로그램이 필요하니 K은행의 단축 사이트를 이용하라"며 네티즌들을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은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77명의 개인정보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 사이버머니와 아이템을 빼돌려 되파는 수법으로 90여 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이 사용한 수법을 적용하면 온라인 보안인증서를 채택한 인터넷 뱅킹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1학년 때 반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도 부반장을 하는 등 학교 생활에 적극적인 모범생이지만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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