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민 '유망주 무덤'서 살아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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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지만 유망주에게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기회를 얻기도 전에 트레이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다 해도 주전으로 살아남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90년대 초반 벅 쇼월터 감독(현 텍사스)이 이끈 양키스는 정상급이 팜시스템을 갖고 있었고, 버니 윌리엄스(중견수) 앤디 페티트(현 휴스턴) 데릭 지터(유격수) 마리아노 리베라(마무리투수) 호르헤 포사다(포수) 등의 특급선수들을 길러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우승병'이 도진 양키스는 다시 외부에서의 스타 수집에 나섰고, 무수한 유망주들이 양키스타디움을 밟아보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팔려갔다. 신시내티 레즈의 왼손투수 에릭 밀튼(28)은 9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양키스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후 너무 기쁜 나머지 왼쪽 어깨에 양키스 로고를 문신으로 새겼지만, 밀튼 역시 양키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른 것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 난 후였다. 양키스에 있어 올시즌 전반기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보다 총연봉을 11.8% 늘려 사상 최초의 2억달러짜리 팀이 됐지만, 영입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한동안 지구 꼴찌에 허덕이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선발진은 칼 파바노, 재럿 라이트, 케빈 브라운이 부상을 당하고 랜디 존슨마저 지난해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한때 붕괴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와중속에 양키스는 왕젠민(25)이라는 뜻하지 않은 보물을 얻었다. 라이트의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승격의 기회를 잡은 왕젠민은 데뷔전에서의 7이닝 2실점을 시작으로 13경기(선발 12경기) 6승3패 방어율 3.89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선발투수로서 기록한 3.89의 방어율은 양키스의 선발투수 중 최고기록. 12번의 선발등판에서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며, 5⅔이닝 2실점도 한차례 있었다. 경기당 6.64이닝을 소화하는 뛰어난 '이닝 이팅' 능력 역시 선보였다. 특히 꾸준히 90마일(145km) 이상을 상회하는 싱킹성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스플리터 조합에서 나오는 뛰어난 땅볼유도능력(땅볼-플라이볼 비율 2.48)은 빅리그 선발투수로서의 롱런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프로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인 투수 중 선발투수로 10승 이상을 따낸 선수는 박찬호(100승)와 서재응(15승) 뿐이다. 왕젠민은 이 명단에 3번째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김병현 선발 6승).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도전을 위해 대대적인 트레이드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과연 양키스는 트레이드 카드 명단에 왕젠민의 이름을 적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첫번째 대만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왕젠민. 사진〓로이터]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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