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 바로 쓰면 무좀 반드시 낫는다|끈질긴 치료와 청결이 근치의 첩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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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질적이었던 무좀이 슬그머니 다시 찾아오는 무좀 철에 들어섰다. 무좀은 우리 나라 성인남자 10명 가운데 6∼7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피부병이다. 무좀을 잘 낫지 않는 난치병으로 단정해 버리는 사람 또한 많다. 무좀의 끈질김에 비해 치료의 끈질김이 부족하거나 무모한 치료 때문이지 무좀이 낫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올해 37세의 샐러리맨 K씨. 무좀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군 입대 2년 후인 70년 여름이었다. 지휘관 당번 병으로 복무한 K씨는 늘 군화를 신고있어야 했기 때문에 무좀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 몇 년간은 온갖 정성을 다해 국산·외제 가릴 것 없이 좋다는 약, 좋다는 민간요법은 다 시도해 봤지만 효험이 없자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치료를 포기해 버렸다.
무좀은 그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라졌다가 다음해 5∼6월이면 의래 다시 찾아 오는 그런「주기병」으로 단정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무좀 치료에는 도사인 양 사내의 무좀 자문에 곧잘 응한다.
이화여대 국홍일 교수(피부학)는 K씨의 경우 이미 2차적인 합병증으로 진행한 악성무좀으로 제 아무리 좋은 무좀 약을 발라봐야 나을리가 있었겠느냐며 K씨의 무지한 치료방법과 인내심 부족, 게으름을 나무란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거나, 발가락사이가 갈라졌다하여 무조건 무좀으로 알고 이 약 저 약 바르다가 잘 낫지 않으니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피부과에서는 무좀이라고 자가 진단한 환자가 오면 일만 환부의 각질을 떼어 현미경적인 진균검사를 한다. 무좀균인 사상균이 발견되면 무좀으로 진단, 적적한 약을 바르게 하지만 만약 균이 나타나지 않으면 2차적으로 2∼5일간 배양시킨 후 검사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고 거기에 맞는 치료를 하게된다.
그런데 환자의 대부분은 단순한 무좀이 아니라 2차적으로 습진이나 화농성세균감염을 일으킨 경우가 많다. 이때는 이 합병증부터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흔히들 자가치료 할 경우 무좀과 비슷하다하여 무조건 무좀약을 이것저것 바르고 있어 오히려 환부를 악화시키고, 치료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이라든가 결핵이 있거나 뚱뚱한 사람, 과음하는 사람, 고온다습의 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는 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거나 균이 기생하기 좋은 환경을 계속 제공함으로써 잘 낫지 않게 된다.
이럴 때는 그 원인부터 고쳐야만 무좀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좀은 곰팡이에 의한 감염으로 생기지만 모든 곰팡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무좀은 주로 표재성진균(피부사상균)의 하나인 백선균이나 표피균에 의해 생기며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잘 자란다. 무좀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잘 번식하며 습도가 높으면 피부 각질층이 불어나고 불어난 각질층은 무좀균이 번식하기엔 안성마춤이다.
또 무좀균은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잘 번식하는데 이는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서는 발바닥이나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 그만큼 무좀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무좀이 체질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이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앞서와 같은 체질과 환경에 의한 원인성 질환을 갖고있는 사람에게서 잘 낫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무좀약은 연고제·액제·분말제 등 30여종이나 되지만 이 같은 항진균제는 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균의 발육을 정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무좀균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
흔히 민간요법으로 식초나 소주·양잿물 등 독한 것을 바른다거나 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하기도하고, 또는 의사가 지시하지도 않은 과산화수소·알콜·옥도정기 등으로 살균을 기대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환부를 자극시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좀에 걸리면 대부분의 경우 시판되는 외용약을 바르는데 국 박사는 이약 저약을 아무렇게나 바르지 말고 한가지 약을 선택, 꾸준히 치료해야 하며, 만약 2∼3주 치료해도 낫지 않으면 자가치료를 중단하고 전문의에게서 정확한 진만을 받아 치료할 것을 권한다.
또 김수남 박사(고려대의대 피부과)도 접촉성피부염·한포성 습진·농포성건선 등무좀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피부질환이 많으므로 의사의 지시없이 무분별한 약의 남용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외관상 다 나았다하여 약을 중단하지 말고 2∼3주 계속 발라야하며 완치 후에도 가끔씩 발라두면 무좀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무좀은 불치의 병이 아니라 꼭 낫는다. 게으르지만 않다면….<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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