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는 내가 작사·작곡" 가요계에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 가요계는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해 부르는 1인 3역 붐이 일고있다. 이러한 경향은 금년 들어 갑자기 생긴 새로운 풍조. 과거에도 몇몇 가수가 직접 작사·작곡해 부른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적인 경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수들이 본격적으로 작사·작곡 영역에까지 침투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7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난 3월 국내 정착을 선언한바 있는 조영남 군은 미국에 거주하는 부인에게 보냈던 편지의 일부에 곡을 붙여 발표했다. 그 노래가 바로『여보』라는 곡. 윤형주 군도 최근 『바보』라는 곡을 직접 작사·작곡해 불러 크게 히트하고 있는 중이다. 송창식 군은 이미 가수로서 보다 작곡가로서 더욱 명성을 떨치고 있는 상태. 자신의 히트곡인 『가나다라』『고래잡이』등이 송군의 작품이다. 『슬픈 노래는 싫어요』를 작사·작곡해 불렀던 유승엽씨는 요즘 『옛날옛날 한 옛날에』라는 노래를 다시 작곡해 부르고 있다. 가요계의 슈퍼스타임을 자랑하는 조용필군의 작곡실력은 이미 잘 알려진 일. 금년 들어 조군이 발표한 『못 찾겠다 꾀꼬리』는 조군이 새로 작곡한 것이다.
최근 김지미씨와 오랫동안 동거 끝에 헤어진 나훈아 군도 갑자기 작사·작곡에 뛰어들어 『울긴 왜 울어』『그냥 가세요』『당신 때문에』『세월이 가면』『잡초』등을 내놨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민식군도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만 부르는 가수다.
김군이 최근 발표한 곡을 보면 『첫 사랑의 생일』『나의 사람아』등.
미국컨트리음악 작곡가협회에 정식 가입, 기염을 토했던 이정명군은 아예 영어로 가사를 써 곡을 붙인 후 노래를 부르는 1인 3역의 대표적 아티스트다.
『아기 곰』을 불러 히트했던 권태수군도 작사·작곡가를 겸한 가수. 물론 『아기 곰』도 권군의 작품이다.
『슬픈 계절에 만나요』로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백영규 군은 요즘『우리 만나요, 처음 만난 그곳에서』를 다시 발표해 인기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송창식군의 목소리를 판에 박은 듯이 닮은 이청 군은 『돈·키호테』란 곡을 직접 작곡해 부르고 있는 중 전영록 군도 『나그네길』『뜨락나비』등을 발표해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김만수군은『그 사람』『대구의 사람』을, 이정선 군은 『섬 소년』『여름』을, 유지연군은『꾸꾸루 사람』을, 신중현군은 『아름다운강산』을 직접 작사·작곡해 부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그룹활동을 하는 가수들한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사람의 하머니』팀의 이경오군은 직업 작곡가들의 실력을 능가할 정도.
『별이여 하늘이여』가 이군의 작품이다.
「노고지리」의 한철호군은『용기 있는 마음』을 작사·작곡해 자신들의 대표적인 노래로 만들었다.
5인조 그룹 「장끼들」은 노래 실력보다 작곡 실력이 더 뛰어난 팀. 멤버 중 백동율군은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를 작곡해 남궁옥분 양에게 주었고 엄인호군은 『골목길』을 작곡해 모델출신 가수 윤미선 양에게 주었다. 여자가수들 중에서는 미스코리아 출신인 김성희양이『매력』을 작사·작곡했다.
이토록 가수들이나 그룹들이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해 부르는 이유는 우선 자신들의 음악스타일에 맞는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작곡가들이 좋은 곡이 나오면 특정한 가수에게만 공급해 이에 대한 반발의식에서 나왔다고 풀이하는 관계자들의 분석도 수긍이 가는 이유중의 하나다. <전성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