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권발동이 국민신뢰 회복의 길|임종기씨<민한당 총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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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고 있는 임종기 민한당 총무.
지난 2월 고재청 의원의 뒤를 이어 그가 총무로 임명되자 민정당 쪽에선 한때 긴장의 빛을 보였다. 매우 깐깐한 외곬 정치인,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술수가 없는 사람으로 상대하기 간단치 않은 인물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년 정기국회의 추경 안 심의 때 민한당 예결위간사로 정부측을 교묘히 설득해 86억 원을 삭감한 장본인이라 민정당으로서는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취임 3개월이 지난 현재 민정당으로서는 거꾸로 그렇게 편한(?) 상대가 없다는 얘기를 가끔 하게 됐다.
구 정치인 출신이면서도「촌티」를 내지 않고 매사를 합리적으로 처리한다는 자세이기 때문에 막후협상이나 흥정을 배격하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적임자를 만난 셈이라는 것.
반면 일단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사항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설득 당하지 않고서는 한치의 후퇴도 않기 때문에 퍽 애를 먹는 상대이기도하다.
오는 22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 임 총무에게 장영자 여인사건을 다룰 국회대책부터 물어 보았다. 『우리 당으로서는 권력과의 결탁여부를 밝히는 데 가장 역점을 두겠습니다.
과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권력이 결부 안 된 일이 있었습니까.』
이번 사건만은 기필코 그 배후관계를 포함한 전모를 밝히겠다고 의욕을 보인 임 총무는 전두환 대통령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파헤치라고 지시한 바도 있고 일이 일인만큼 이번에는 민정당도 임시국회소집에 반드시 응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은 결코 의령사건 못지 않은 중대사입니다. 이번에도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치 않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틀간에 걸쳐 재무위가 이 사건을 다루었지만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정부·여당도 이 사건을 원만히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이 임 총무의 주장이다.
『국정조사권이란 게 법에만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이런 사건을 맞아서 이를 발동 않는다면 언제 발동해요. 국정조사권을 발동한다고 해서 그게 야당에는 크게 유리하고 여당에는 크게 불리한 그런 일이 아니 쟎습니까. 납득할 만한 사건의 해결과 국민의 신뢰회복, 정상적인 금융질서의 확립 등을 위해 당연한 일을 하자는 것이지요』
국회가 열리기만 하면 시끄럽고 아직도 개인적인 인기발언이 없지 않다는 여당 측 지적에 임 총무는 목청을 높였다.
특히 한영수 의원의 지난번 임시국회 연설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했다.
『사람에 따라 한의원 발언에 대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국회가 국사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고 의원은 모든 얘기를 다 할 수 있다는 「산 증거」를 남겼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의원 발언이 당대표 연설이나 기조연설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 취향」은 많이 담겨졌다고 봐야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소속의원이 당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의원이 당보다 너무 앞서 가려는 것도 당과 본인을 위해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부터 해야 한다는 과거의 야당 관은 결코 오늘의 야당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 그는 오늘의 야당은 대안과 대화를 갖고 집권당의 뒤를 바짝 달라붙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회가 아직도 형식이나 절차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것 같아 문제라며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하는 것이 「무책」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여야가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주의를 경계하고 합리적·점진적 개선을 추구한다는 것이 그의 자세다.
공교롭게도 임 총무가 몸담았던 8, 10대 국회가「단명」으로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는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말을 받았다.
『3선 의원이지만 실제 배지를 단 기간은 지금까지 4년 남짓합니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나는 헌정이 일단 중단되면 민주주의는 5∼10년 이상 후퇴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경험을 국회운영에 하나의「지침」으로 삼고 있죠.』
총무취임 이후 수면부족이 가장 큰 고통이고 눈이 갑자기 나빠져 좋은 책을 놓고도 못 읽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한다는「일일전선」이 공인으로서의 그의 좌우명이다.

<민한당 원내총무>
▲전남 무안 출신(56세) ▲서울대상대 졸 ▲고시행정과 합격 ▲전남대상대조교수 ▲내무부예산계장 ▲내무부지방재정과 근무 ▲전남도 문사·전북도 내무국장 ▲국회전문위원 ▲8, 10대의원 ▲민한당 법령정비특위위원장 ▲민한당 당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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