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복귀하는 북한] 남북 경추위 합의 내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평양에서 터져나온 북한의 7월 말 6자회담 복귀 발표는 서울의 남북 경협 논의 테이블에도 뒷심을 보탰다. 남북한은 11일 경제협력추진위 10차회의 사흘째 협의에서 2006년 광업.경공업 부문의 협력사업 시작과 남북 경협협의사무소 개설 등 12개 항목에 합의를 이뤘다. 남측에서만 10개의 경협안 제의가 나오는 등 논의 규모가 컸음에도 전례없이 부드러운 북측의 협상 태도로 회의진행이 비교적 순탄했다는 게 회담 관계자들의 평가다.

◆ 다시 짜인 남북경협 일정표=지난달 15차 장관급 회담이 당국 간 교류와 이산상봉 등 인도적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경협사업의 향후 시간표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7월 이후 꼭 1년 만에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완전 복원이 이뤄진 것이다.

북한이 공을 들인 광업.경공업 협력이 합의문 첫머리에 자리잡았다.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인 수산협력 실무협의회는 7월 25일부터 개성에서 열기로 했다. 회담 관계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의 남북 어선 공동조업 같은 문제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남북 군사당국 간에 긴장완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9월 개성에 설치키로 남북이 합의한 경협협의사무소는 민간 경협업자들까지 대북접촉 창구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베이징(北京)이나 평양에서 협의를 위해 허비했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정부는 이 사무소를 장차 남북 경협을 총괄하는 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도로는 연내 개통이란 큰 틀 속에서 8월 철도 노반 점검과 10월 철도 시험운행에 합의했다.

◆ 북, 최대 물량 식량 챙겨=쌀 50만t의 대북지원 문제는 북한 요구대로 됐다. 대북 쌀지원 사상 최대 물량으로 수송비를 포함해 1750억원가량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2000년 9월 태국산 쌀 30만t과 중국산 옥수수 20만t을 포함해 곡물 50만t을 보낸 사례는 있지만 쌀 40만t을 지원해 온 예년 수준보다 높아 정부가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북핵 6자회담 복귀 분위기 등으로 국민의 대북 지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그대로 주기로 결정했다. 식량 차관의 조건은 10년거치 20년 분할상환에 연리 1%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