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관리 뇌물도 기본이 130만원" 중국 공산당 부패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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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부패가 심각하다. 당의 대표적 선전지인 '구시(求是)'는 최근 호에서 "부패가 당을 무너뜨리고 있다(腐敗毁黨)"고 경고했다. "당 내에 만연한 부패를 방치할 경우 공산당의 집권기반이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산당 간부가 뇌물을 받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직급에 따라 대충 액수까지 잡혀 있다. 향(鄕)과 진(鎭) 등 가장 말단의 행정관리는 1만 위안(약 130만원) 정도다. 그보다 한 단계 높은 현(縣)과 구(區)급의 관리는 5만 위안, 또 시(市)급 간부는 10만 위안으로 단위가 껑충 뛴다. 물론 그 이상도 많다. 하이난(海南)성에 있는 한 시의 관리는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에 인사비 명목으로만 무려 1000만 위안을 챙겼다.

아예 '부패 왕국'을 건설하는 경우도 생긴다. 쓰촨(四川)성 한위안(漢源)현의 경우엔 현의 당서기와 기업인인 펑샤모우(彭瑕謀) 형제가 결탁해 야금과 화공.전력.건축 등의 분야를 독식했다. 이들이 운영한 여러 국유기업의 등록자본금은 2억여 위안으로 위안현 전체 국유기업 자본금의 77%에 달했다. 그 때문에 "한위안현은 공산당의 땅이 아니고 펑씨 형제의 천하(天下)"라는 유행어가 나왔을 정도다.

공산당 내 부패가 조직화.가족화.대형화.은밀화 성향을 띠며 단속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부패의 가장 큰 원인이 현지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이바서우(一把手.일인자)'인 당서기에 있다고 보고 그의 권력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지의 여론 감독을 강화하는 방법도 강구 중이다. 그러나 당 권력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중국에서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지는 비관적이다. '아는 것은 쉽지만 실행이 어렵다(知易行難)'는 것이다. 집권 56년에 들어선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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