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한때는 중단까지 될 정도로 불안정하고 복잡한 코스를 거쳐 만학중의 만학으로 내가 대학을 마친 것이 1930년. 내 나이 35세 되던 해였다.
그해부터 경성사범 교유(교사)로 시작하여 지난해 1월말 단국대 동양학 연구소장 겸 대학원 교수직을 물러나기까지 꼭 51년을 교직에 몸담아온 셈이다. 그동안 외도라면 5·16직후 2년간 동아일보 사장직을 맡았던 때다.
해방 전까지 20년 가까이 이화여대 시절, 그 이후 다시 20년 가까이 서울대학교 시절, 다시 10여년 넘게 계속된 나의 교직생활을 통해 가르친 제자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나의 전공인 국어학뿐 아니라 교양국어 시간을 통해, 또 각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까지 가르친 학생들의 숫자를 모두 헤아린다면 그 숫자는 가위 기천에 이르리라.
내가 지난 50여년에 걸친 교직생활을 통해 제자들에게 가르쳐 오오 또 내 자신 실행하려고 애써왔던 삶의 지침은 3가지가 있다. 첫째는『한 우물을 파라』, 둘째는『이지 고잉하지 말라』, 세째는『인격 함양에 힘쓰고 투철한 인생관을 가져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 속담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는 학문을 하는 태도로 내가 즐겨 인용해왔는데, 신중히 생각하여 일단 나갈 길을 정하면 한눈 팔지 말고 한결같이 외곬으로 나가야 무엇인가를 이룬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지 고잉하지 말라』는 애써 노력하며 살라는 뜻이다. 요즈음의 한국 풍토는 노력은 될수록 적게, 효과는 되도록 크게 인 듯하지만 그것은 안될 말이다. 노력을 쌓으면 그 결과는 인생의 어느 고비에 어떤 식의 형태로든 나타나게 마련인 것이다.
인격의 토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식만을 쌓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이기적인 목적으로, 개인주의의 편의만을 위해 그 지식이 악용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시절 학생들은『이 선생님 점수는 너무 박하다』『한 학기가 다 가도록 휴강 한번 없고, 강의시간도 에누리가 없다』고 불평들을 했다. 그럴 때면 나의 대답은 『내 점수는 박하지도, 후하지도 않다. 답안지 그대로의 점수일 뿐이다』고 대답했다.
점수도 후하고, 휴강도 가끔 하며, 강의 시간에 늦게 들어와 일찍 나가는 것이 학생시절에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그러나 뒤늦게 학교를 졸업하고, 생각해보면 결코 그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너무 분명하다.
따라서 나는 나름대로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지침에 따라 제자들을 키워왔고 내 자신 모범을 보이며 사노라 나름대로는 애써 왔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얼마나 제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지금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말숙 여사를 제자로 처음 만난 것은 부산 피난시절이었다. 서울대 문리대 언어학과 학생으로 그는 내가 가르치던 국어 문법논 시간을 수강했다.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또 성적도 좋았다.
그가 나에게서 무엇인가 가르침을 받아 오늘날까지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의시간 틈틈이 풀 한 포기, 꽃 한송이에도 존재 가치가 있다. 하물며 인간에게서랴! 고 강조한 나의 뜻이 그런 대로 전해져 가슴에 남아 글을 쓰게 됐다면 그 더욱 기쁘기 짝이 없다.
한국의 오늘의 모든 혼란과 모순이 대부분 투철한 인생의 목적을 의식하지 못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생각이 미칠 매 나는 나의 지난 50년의 수도를 되돌아보며 내 자신을 생각해 본다. 이희승<86·국어학자>제자에게>
「스승의 날」…사제지간에 띄우는 정겨운 회상|인격 뒷받침 없는 지식은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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