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끄러운 전염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 여름은 유난히 일찍 찾아온 것 같다. 대구를 비롯한 일부 지방은 이미 32도를 기록, 한여름의 폭염을 보여주었으며 오랜 갈증을 풀어준 단비에 이어 기온은 다시 평년을 웃돌 것이라는 기상예보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조심해야 할 일은 콜레라 등 수인성전염병의 창궐이다.
최근 일본에서 브라질을 다녀온 관광객가운데 콜레라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따라 보사 당국은 콜레라 방역비상 령을 내렸다.
콜레라는 제l종 전염병으로 발병한지 불과 몇 시간 안에 환자가 사망하기도 하고 발병장소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확산하기도 하는 공포의 장 질환이다.
해방직후 만주, 일본 등지에 살던 동포들이 대거 귀국할 무렵 이 병이 번져 1만여 명이 사망했다. 길거리에 누운 채 속수무책으로 죽어 가던 그 때와는 달리 의료기술과 약품의 발달로 오늘날 콜레라는 그다지 무서운 병은 아니다. 사실 날 어패류는 먹지 말라든지, 물은 꼭 끓여 먹으라든지 하는 주의사항을 지키면 이 병에 걸릴 염려가 없고 조기치료를 하면 1백% 완치시킬 만큼 우리의 의료기술은 발달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콜레라의 특성인 폭발적인 전염성과 사람의 목숨을 뺏는 치명 성 그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또 아무리 좋은 의약품이 많다 해도 일단 걸린 사람들의 고통 자체를 덜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콜레라는 환자나 보균자의 배설물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에 균에 오염된 식기나 음식을 다른 사람이 쓰거나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콜레라에 걸리지 않으려면 주변환경, 그 중에서도 음식물의 청 결에 힘쓰는 길뿐이다.
특히 균에 오염되기 쉬운 어패류, 우유제품의 관리는 철저히 해 야하지만, 그것은 한 개인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식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대중음식점의 철저한 위생점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나라 요식 업소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은 새삼 운위할 것도 없다. 뒷골목의 무허가 음식점은 또 그렇다 치고 이름 있는 업소에서조차 당국이 지시한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를테면 콜레라는 위생관리의 소 홀에서 발생하는 부끄러운 전염병이다.
재작년 클레라가 전국적으로 번졌을 때 방역 상 금기사항으로 되어 있는 물수건과 냉수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생선회를 판 업소가 서울과 부산만 해도 5천여 개소나 되었다는 것은 요식업자들이 시민건강은 뒷전으로 돌린 채 얼마나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이 할 일은 우선 콜레라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요식 업소의 위생점검을 철저히 하는 일이다.
현재 방역당국의 인원이나 능력만으로 그 일을 해낼 수가 없을 것이므로 경찰이나 시청직원들의 힘을 빌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요식 업소의 위생상태는 언제나 깨끗해야 한다.
비단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해서가 아니더라도 청결하게 처리한 음식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요식업자들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예방접종 약 만 해도 이율 배분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양 여길 것이 아니라 이환 발병률이 높은 노인 층과 어린이부터 배분을 한다든지, 유사환자의 신고체제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당국의 방역노력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지키는 일이다.
이번 여름은 모두 건강하게 보내도록 주변환경을 깨끗이 하는데 다같이 힘써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