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런던 연쇄 테러] 한국 테러 방지법 4년째 말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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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 직후 미국 워싱턴 특수경찰 소속 보안요원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지하철에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

▶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8일 서울 미국 대사관에서 대테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특공대는 이날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폭발물 탐지견과 무장 장갑차를 투입해 경계를 강화했다. 오종택 기자

'테러 방지법'이 표류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2001년부터 제정이 추진됐으나 정부.여당 내 혼선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좀처럼 종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가장 최근 테러방지법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3월 17일. 김성곤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테러방지법 입법이 시급한 만큼 가능하다면 상반기 중 여야 논의와 국민적 이해를 구해 법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6월 임시국회 처리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법안은 6월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오히려 갈수록 당정 간 이견만 재차 확인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언제 법안이 성안될지 미지수다.

◆ 대테러센터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핵심 기구인 대테러센터를 어디에 두느냐에 있다. 지난 3월 열린우리당 테러방지법 제정 태스크포스(TF)팀이 마련한 법안에 따르면 총리실 산하 테러대책상임위가 기획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국정원 산하 대테러센터가 테러 자금 추적 등 구체적 실무를 맡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행정자치부 등은 대테러센터를 국정원 산하에 두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정보 수집 역할에 그쳐야 하며 대테러 업무를 총괄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조성태(테러방지법 제정 TF팀장) 의원은 8일 "테러방지법은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많아 법안 제정이 유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당에서 국무조정실에 해결 방안을 의뢰했으나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쪽에서도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또 98개 정도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공동행동'은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국민기본권을 침해하는 테러방지법은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DJ 정부 때부터 추진=테러방지법은 2001년 국민의 정부 당시 9.11 테러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처음 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2003년 11월에는 열린우리당이 다시 법 제정을 추진해 법안이 국회 정보위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이 뒤늦게 인권 침해 등의 우려를 제기하자 '법안 통과' 당론이 '유보'로 바뀌면서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04년 11월엔 안영근 당시 제2정조위원장이 법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이 역시 당내 반발 등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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