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부담' 인천 일가족 자살, 집 15채 있는데 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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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목숨을 끊은 일가족은 총 15채의 주택을 소유한 '하우스푸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인천 남구청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남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모(51)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와 빌라 등을 서울과 인천에 11채, 이씨의 아내 김모(45)씨는 4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씨 부부가 부동산 경매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보고 가족의 부채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이들 부부 소유 부동산 15채에 9억원 상당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은 그동안 서울의 한 폐기물업체에서 근무했고 부인은 지난 9월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안다"며 "수입이 없는 생활고가 아닌 빚에 대한 부담감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쯤 인천시 남구의 한 빌라에서 이모와 부인 김씨, 딸 이모(12) 양이 숨져 있는 것을 이 양의 담임교사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일가족 3명은 안방에 반듯이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다. 현장에는 타다 남은 연탄, 김씨와 이양이 노트에 적은 유서 5장이 함께 발견됐다.

김씨의 유서에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만기일이 오는 12일로 다가오면서 겪는 심리적인 압박과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생활고로 힘들다. 혹시라도 우리가 살아서 발견된다면 응급처치는 하지 말고 그냥 떠날 수 있게 해달라. 뒷일은 남편이 해줬으면 한다"고 썼다.

이양은 "그동안 아빠 말을 안 들어 죄송하다. 밥 잘 챙기고 건강 유의해라. 나는 엄마하고 있는 게 더 좋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에 슬프지 않다"고 썼다. 이양은 자신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 그림과 담임교사의 연락처도 남겼다.

경찰은 유서 내용을 봤을 때 모녀가 먼저 자살한 후 가장인 이씨가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이들의 사인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나왔다.

경찰은 이 가족이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세희 기자 kim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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